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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딸이 갑자기 수녀원 입회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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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요

20대 후반의 딸이 세달 전 쯤 갑자기 피정을 다녀온 후부터 수녀원에 가고 싶다고 합니다. 성당에 열심히 다니지도 않던 딸이 하는 말이라서 처음에는 별스럽게 여기지 않았었는데, 최근 공무원 시험 준비도 포기하고 외출도 자제하면서 방에서 기도하거나 성경만 읽고 가끔씩 수녀원 성소모임에도 가는 것 같습니다. “네가 무슨 수녀원에 가냐!”며 말리고 싶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죄가 되는 것 같아 망설여집니다.



대답입니다

자매님께서는 따님의 결단이 다소 ‘현실도피적’이고 ‘감정적’인 것 같아 걱정이 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삶 안에서 일어나는 많은 선택들이 때로는 현실을 마주 대하는 것이 아니라 다소 ‘도피적’ 이고 ‘충동적’일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심한 정신질환자들의 경우에는 그런 선택이 자동적이고 반복적이지만, 정상인들에게서도 드물지 않게 일어납니다. 결국 우리들의 선택은 도피적이고 충동적인데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것이 성숙의 길인 것 같습니다. 신앙의 여정 역시 수많은 선택을 필요로 하기에 언제나 거룩한 선택만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인간이 지닌 한계들로 인해서 그렇지 못한 선택들을 하게 될 때도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건강한 신앙을 지닌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미성숙하고 잘못된 선택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조금 더 자신의 선택에 진솔해지고 그 선택을 하게 하는 원인들을 대면해가는 과정을 포함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바로 ‘회개’의 필수 요소이기도 합니다. 그런 과정이 소홀해질 때 신앙 역시 현실 도피적이고 감정적인 차원의 것이 되기 쉽습니다.

일반적으로 신학교나 수도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결정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몇 개월이라도 성소식별의 기간을 갖게 됩니다. 이때 성소식별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있으신 성소담당자들은 지원자들의 성소식별을 도와주면서 지원자의 지향과 동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측면들에 대해서 주목하게 됩니다. 성소담당자들은 인간적인 나약함이나 이해할 수 없는 기회를 통해서도 하느님의 부르심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원자가 지닌 여러 측면들이 사제 수도 성소에 심각한 의심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입학 또는 입회를 권하거나 허락하지 않습니다. 제가 이런 설명을 드리는 까닭은 교회의 역할을 믿고 자매님께서 하시는 걱정을 조금 내려놓으셔도 될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다만 저는 이 과정에 있어서 아주 중요할 수 있는 ‘엄마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말하자면 자매님께서 성소 식별자의 위치를 대신하려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따님에게 엄마로서 좋은 선택이 이루어지도록 도울 수 있는 분들을 소개하거나 시험 준비로 인해 받았을 긴장을 다소 낮추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때로는 부모님들이 자녀들에 대한 걱정으로 가장 중요한 부모로서의 역할에는 소홀한 채 교사처럼 되거나 수도회 장상처럼 행동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자녀들이 바라는 부모님은 자녀들의 모든 문제를 잘 해결해주는 분이 아니라 그 여정을 함께 걸어주는 가장 중요한 동반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자매님, 우리는 하느님의 뜻을 정확하게 알아듣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응답을 준비하는 나를 좋은 상태(심리적 안정감, 객관적인 현실 상황 인식 등)로 만들고 유지하는 일은 우리의 중요한 몫입니다. 엄마로서 따님이 그런 상태를 지닐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인호 신부 (대전가톨릭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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