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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35) 아름다운 취미

날아가는 새가 알려주는 창조주 큰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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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섬에서 본당 사목하시는 신부님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 신부님은 하루 종일 함께 있어도 지루하지 않은 ‘영적 달변가’입니다. 그 날 저녁 사제관 마당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에 하늘에 새가 날아가자 신부님은 대화를 멈추고는 그 새를 유심히 바라보셨습니다. 그리고 대화 도중에 나무에 새가 앉으면 그 새소리를 가만히 들으셨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 신부님이 새를 무척 좋아하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날 저녁식사 때 반찬으로 ‘닭 요리’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나는 무심코 신부님에게,

“신부님, 닭이 얼마나 머리가 나쁘면 닭대가리라는 말이 나올까요?”

이 말에 신부님은 정색을 하시면서,

“강 신부, 닭은 몰라도 조류는 머리가 아주 좋아! 생각해봐요, 철새들이 GPS도 없이 몇 천 킬로를 정확히 날아갔다가, 다시 정확히 날아오는 걸! 그게 머리 나빠서 될 일이겠어!”

“아하, 그러네요, 신부님! 혹시 신부님, 새를 좋아하세요?”

그러자 신부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사실은 예전에 새 전문가가 자신의 연구원 식구들과 함께 철새 연구 때문에 이 섬에 며칠 머무른 적이 있었어. 그 때 나는 낯선 분들이 연구 장비들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보고는 구경했었지.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다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어. 그래서 인사도 나누고 그러면서 대화를 하는데, 내가 먼저 새 전문가 교수님께 말했지. ‘교수님, 하느님의 창조물인 새를 그리도 좋아하시면, 천주교를 믿으셔야 하지 않나요?’ 그러자 그 교수님은 씨-익 웃더니, 내게 묻는 거야! ‘신부님, 혹시 새 이름 알고 있는 것 있으세요?’ 그래서 나는 아는 대로 말했지. 그런데 막상 말했더니 열 두 종류 정도가 나오더라. 그래서 그만큼 안다고 했지. 그랬더니 그 분이 ‘신부님, 하느님의 창조물인 새 이름을 겨우 열 두 종류를 알고 하느님 창조물 운운하면 안 되지요. 하느님을 사랑한다면 그 분의 창조물 이름과 특징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신부님, 하느님이 창조하신 새 종류는 7000여 종이 됩니다. 약속 하나 할게요. 만약에 신부님이 최소 500여 종의 새 이름과 그 새의 특징을 알면, 그때 가서 제가 천주교 입교를 생각해 볼게요.’ 그 분의 말에 나는 그냥, 한 대 쿵 얻어맞은 느낌이 들더라. 사랑하면 사랑하는 만큼 상대방을 알아야 한다는 것! 암튼 오기가 발동한 나는 그 교수님께 500여 종의 새 이름과 특징을 알고 난 후에 꼭 연락하겠다고 했지. 그 후로 새 이름과 그 특징을 공부했지. 그러면서 새의 다양한 모습을 보게 된 거야!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이제는 멀리서 날개짓만 봐도 대충 무슨 새, 어떤 새소리를 들어도 대강 어떤 새 등을 알게 되더라. 그러면서 이제는 새 공부가 완전히 취미가 됐지. 그 교수님이 세례를 받고 안 받고를 떠나서, 하느님이 얼마나 그 새들을 귀하게, 소중하게 창조했는지를 알게 되었어. 그리고 새를 알아가면서, 하느님이 나를 비롯한 세상 모든 것들을 귀하고 소중하게 창조했는지를 알게 되는 것 같아!”

새 이름과 새의 특징을 공부하는 것을 취미로 삼고, 그러면서 창조물을 사랑하고 결국 하느님을 알아가는 그 ‘영적 달변가’ 신부님의 마음이 참 멋져 보였습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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