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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36) 부활, 그 진정한 부활을 위하여

한 손에 묵주 들고, 다른 한 손 불끈 쥐며 다짐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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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장비를 다 갖추지 않더라도, 단지 수경만 끼고 바다 속을 들여다봐도 바다 속 세상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어릴 때부터 수경만 끼고 아름다운 바다 속을 보면서 자란 저는 마음 한편에 언제나 바다 속 그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동경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월호 침몰’ 소식을 접하면서, 바다 속에 대한 저의 생각은 눈물이었습니다. ‘바다 속에 갇힌 그 분들은 얼마나 두려웠고, 불안했고, 고통스러웠을까! 학생들은 마지막 순간에 얼마나 아빠, 엄마를 찾았을까! 다른 분들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마지막 눈을 감았겠지! 주님, 어떻게 이런 일이….’

그 생각에 도무지 글을 쓸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지하철 입구에서 아는 수사님을 만났습니다. 반가운 인사를 나눈 후 같은 방향의 지하철을 타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강 신부님, 지난 번에 문자로 부활 인사 주셨죠? 부활의 기쁨은 나누고 싶은데, 세월호 참사로 마음이 아파 부활 축하를 할 수 없다고! 사실 저도 그랬어요. 그런데 이제 시작이 아닐까요? 다시 말해, 이 혼란의 감정에서 다시 일어나 예수님 부활을 선포하듯이 세월호 참사로 돌아가신 분들의 부활을 선포해야 합니다. 요즘 미사 독서 사도행전에 보면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한 제자들이 사람들 앞에서 당당히 주님의 부활을 선포하잖아요. 그러자 권력자들은 그 제자들을 죽이기로 마음을 먹죠. 저는 깨달았어요. 부활 선포는 단순히 기쁜 것만이 아니라, 죽음을 무릅쓴 도전이라는 것을! 부활 선포의 핵심이 불의한 세상에 맞서 죽음을 이기신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증거하는 것이라면, 세월호 참사로 불의한 죽음을 맞이한 분들의 그 죽음을 부활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게 우리 몫입니다. 그러므로 세월호 참사로 돌아가신 분들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 눈물만 흘린다면 그 분들의 죽음을 죽음으로 끝내는 것입니다. 결코 그래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의 일들을 계속 주시하면서, 그동안 우리의 삶을 낡게 만들었고, 썩게 했고, 결국 무관심과 함께 우리의 삶을 죽음으로 끌고 갔던 모든 악과 거짓에 맞서야 합니다. 그리고 주님 부활을 선포하는 마음으로 이 세상에 참된 사랑과 함께 진리와 정의를 선포해야 합니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나라, 대참사 앞에서 원인 규명도 없고, 우왕좌왕하다가 시간 허비하고, 분명한 성찰과 확고한 변화 없는 정부, 그리고 이 참사를 또 다시 망각으로 이끌려는 모든 시도에 맞서 죽음을 무릅쓰고 진실을 드러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이 불의한 세상에 맞서, 인간의 소중함을 외면한 악한 세상에 맞서 하느님 사랑과 주님 부활을 선포하는 삶입니다. 우리 모두 한 손으로는 희생자와 실종자들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고, 또 다른 한 손으로는 주먹을 불끈 쥐고 불의한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노력을 해야 합니다.”

선한 얼굴에 착한 눈망울을 가진 그 수사님의 분노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수사님과 헤어지고 난 후, 한 손으로 묵주기도를 바치고, 다른 한 손은 주먹을 꼭 쥐어봅니다. 결코 이 일을 잊지 않겠노라 다짐하면서….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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