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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신앙보다 ‘친교’ 앞세우는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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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요

저는 50대 초반의 기혼 여성입니다. 어릴 때부터 성당에 다니던 저와는 달리 남편은 교회와는 멀게 지내며 세상일에 분주한 사람이었습니다. 이재(理財)에 밝고 동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남편이 몇 해 전부터 성당에 다니기 시작했고 활동도 많아졌습니다. 처음에는 좋았는데 얼마 전부터는 염려가 됩니다. 왜냐하면 신앙도 없는 사람이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만 좋아하는 것 같고 다른 사람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하느님을 이용하는 것 같아 미워집니다.



대답입니다

군대시절 성당에 가는 날은 무척이나 행복했습니다. 오랜만에 거룩한 미사에 참여하여 성체를 모실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느날 미사가 끝났는데도 여전히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초코파이와 커피를 마시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신학생으로서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저에게 성당은 성체뿐만 아니라 초코파이와 커피도 먹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신앙생활을 하는 동기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동기들 가운데는 ‘영원한 생명’, ‘참된 행복’과 같이 자신이 알고 있는 의식적인 차원의 동기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사람들과의 친교’, ‘심리적 안정’과 같이 잘 드러나지 않는 무의식적인 차원의 동기들도 있습니다. 실제로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의식적인 동기들보다 무의식적인 동기들일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본당 사목을 하다보면 ‘성체’와 ‘말씀’이라는 양식으로 신자들을 배불리 먹여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이것만으로 만족하는 것은 아닙니다. 영적인 것 이외에도 애정·인간관계·친교 등과 같은 인간적인 차원의 것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심리학자는 교회의 여러 요소들을 ‘본질적인 것’와 ‘비본질적인 것’으로 구분하면서 “애정이나 친교와 같은 비본질적인 요소가 하느님과의 관계라는 본질적인 요소들을 앞설 때 교회뿐만 아니라 신앙인 역시 건강함을 잃게 된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가끔씩은 자신과 공동체 안에 존재하는 비본질적인 요소들을 완전히 제거하려하기보다는 본질적인 요소에 대한 비중감을 회복하고 성장시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새로운 상황이나 사람을 만났을 때 그것에 적응을 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이나 환경을 자신에게 맞춰 적응시키는 능력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세속적으로 살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던 사람은 자신이 지닌 방식대로 교회 안에서 적응하게 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교회 공동체로부터 서서히 자신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저는 자매님께서 우선 변화의 주인공이신 성령께 대한 믿음을 지니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남편과 함께 신앙적으로 모범이 될 만한 분들을 함께 만나거나 영성 서적, 또는 강의나 피정, 봉사 체험과 같이 남편이 세상에서 갖지 못했고 듣지 못했던 것들을 통해 조금씩 자신의 지평을 넓혀가도록 초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것이 지나친 간섭이나 강요가 되지 않도록 아주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자매님, 어느 꼬마가 공소에 방문하신 신부님께서 드시는 계란 프라이를 먹고 싶어서 신학교에 갔습니다. 그런 꼬마가 시간이 흐르면서 계란프라이를 먹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것 말고도 사제가 되어야 할 이유를 다른 것에서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그 꼬마가 나중에 주교님이 되셨습니다. 주님께서는 불손한 동기 투성이인 우리도 그분 도구가 되도록 초대하신다는 사실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인호 신부 (대전가톨릭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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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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