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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엄한’ 신앙 교육이 한계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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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요

저는 50대 중반의 기혼 남성입니다. 구교집안에서 태어난 저는 어려서부터 엄한 아버지께 신앙교육을 받았습니다. 주일날 성당에 가지 않으면 밥도 먹지 못했을 정도고 친구들과 다투거나 잘못된 행동을 하게 되면 “하느님께서 벌하셔서 지옥에 떨어진다”고 으름장을 놓으셨습니다. 이렇게 자라난 저의 신앙은 어느덧 자녀들에게도 비슷하게 전달되면서 가끔씩은 자녀들과 충돌이 생기곤 합니다. 사실 저도 성당에 가면 기쁘고 행복하기보다는 의무로 느끼는 경우가 많으면서도 자녀들에게는 더 엄격해지는 것 같습니다. 신부님,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요?



대답입니다

어떤 추기경님의 일화입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밖에 일을 보러 나가실 때면 어린 자녀에게 엄하게 이르셨답니다. “사탕에 손대지 마라. 하느님께서 다 보고 계신다!” 아이는 엄마가 안 계셔도 하느님께서 보고 계신다는 사실에 무서워 결코 사탕에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신앙생활을 하는 가운데 하느님의 모습을 새롭게 알게 되었답니다. 하느님은 사탕 바구니 앞을 서성이는 아이에게 “두 개 가지고 가거라!”하고 말씀하실 분이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은총은 우리들 각자에게 내려져 다양한 신앙생활의 형태를 만들어갑니다. 하지만 그것이 때로는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에 ‘신앙’이라는 이름을 붙여 신앙의 본질을 왜곡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어떤 심리학자들은 하느님에 대한 이미지가 유아기 때 부모와의 관계나 교육에서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이야기 합니다. 사실 굳이 유아시절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신앙이 부모, 교사, 사제, 수도자, 대부모 등과 같이 주변의 누군가로부터 영향을 받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내 안에 형성된 하느님에 대한 이미지나 앎이 실제 하느님의 모습과는 어느 정도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면서, 전해주신 분들에 대한 원망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가 보다 진정한 하느님을 아는 것에 노력과 책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형제님의 경우도 위에서 소개해 드린 추기경님의 경우처럼 부모님께로부터 ‘징벌의 하느님’을 배우게 되신 것 같습니다. 아버지를 ‘엄한’ 분이라고 표현하신 것을 보면 신앙적인 차원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그런 엄격함을 지니신 분이셨으리라 짐작됩니다.

하지만 형제님께 그런 신앙을 소개하신 아버님의 신앙교육을 탓해서는 안 됩니다. 저는 오히려 형제님에게서 긍정적인 차원을 찾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하느님께 대한 두려움’이 형성되셨다는 점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신앙 선배들은 하느님께 대한 두려움을 ‘구원의 시작’으로 보면서 신앙 여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런데 가끔씩 이 두려움이 건강한 신앙생활을 해치는 경우들이 생겨납니다. 첫째는 두려움을 없애려 하는 경우입니다. 하느님, 천당 지옥, 영혼 등과 같은 영적인 것에 대한 두려움을 제거하기 위해 이런 것들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것입니다. 둘째는 두려움이 과도한 경우입니다. 때로는 신앙이 과도한 두려움을 조장하여 신앙생활을 ‘무엇을 해야 하는 것’ 정도로 여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기에 형제님께서는 지금 신앙의 여정 안에서 중요한 과도기를 지내시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형제님께서는 우선 성경공부나 재교육, 영적독서 등을 통해 하느님에 대한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을 지닐 수 있는 기회를 지니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신앙의 지평이 ‘규칙준수’에서 ‘사랑의 차원’으로 옮아가도록 가족과 함께 자선을 행하고 가족 여행을 통해 좀 더 친밀해지는 시간을 지니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주시고자 하는 신앙의 기쁨이기 때문입니다.


김인호 신부 (대전가톨릭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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