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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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교리 아카데미] 사회교리, 그 오해와 진실

사회교리가 진보 편을 든다구요?
특정 정치 집단·정책과는 무관
사회 현상 복음으로 판단할 뿐
신앙생활의 ‘필수 계명’이자 ‘온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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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조영남)

‘프란치스코 효과’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4회째를 맞은 사회교리 주간, 세월호 참사, 정당 해산 판결, C&M 고공농성, 제주 강정…. 그 어느 때보다 사회교리에 관한 관심이 높습니다. 높은 관심만큼 말도 많고, 특정 정치집단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처럼 오해받기도 합니다. 본격적인 주제에 앞서 사회교리에 관한 몇 가지 오해에 대해 함께 나누려 합니다.

사회교리는 ‘사회’에 관한 문제일까요? 시선을 오로지 사회로 돌려 자신과 교회의 실천은 돌아보지 않은 채 비판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같은 오해 때문에 사회교리를 이야기하는 사람더러 교회 안에서 ‘정치 이야기’ 하지 말고, 교회 밖에서 사회에 나가서 이야기하라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의 길은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입니다. 교회의 자리도 그들이 살아가는 세상 안에 있습니다. 사회교리는 ‘사회’에만 국한된 교리가 아니라,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인간, 태초부터 남자와 여자라는 공동체 안에서 창조된 인간이 어떻게 하느님과 함께 사는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회교리가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일종의 ‘덤’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 신앙은 ‘믿을 교리’와 ‘지킬 계명’으로 이루어집니다. 사회교리는 ‘지킬 계명’에 해당하고, ‘덤’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우리의 가정, 내가 속한 본당 단체나 구역, 반모임, 본당 사목협의회에서는 물론이고, 교회 내 모든 교계제도와 나아가 직장과 지역사회, 개별국가에서 국제사회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동체 안에서 지켜져야 하는 계명입니다.

어떤 이들은 ‘정교분리’ 원칙을 내세워 사회교리 자체를 터부시합니다. 하지만 사회교리가 ‘사회’에만 국한된 교리가 아닌 것처럼 세속과 종교의 완전한 분리는 가능하지도 않고 정교분리의 본래 의미와도 어긋납니다. ‘정교분리’란 국가가 특정 종교의 이념을 절대화하여 종교가 이데올로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 다시 말해 종교가 본래의 고유한 기능을 잃고 하나의 통치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교회는 국가의 고유영역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고유한 권한을 가지고 인간의 구원을 위한 길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사회교리가 진보성향의 정치논리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복지나 성윤리와 관련하여서는 오히려 진보진영의 논리와 정면으로 충돌할 때도 있습니다. 반대로 보수성향의 정책이나 노선이 사회교리와 부합할 때도 많이 있습니다. 사회교리는 현상을 관찰하고 다양한 의견을 듣지만, 판단은 어디까지나 복음에 기초해서 이루어집니다. 겉보기에는 특정 집단의 목적이나 이해와 비슷해 보인다 해도 그 뿌리는 복음이라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사회교리는 우리 신앙의 수준을 보여주는 ‘신앙의 온도계’입니다. 우리가 성경 말씀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기도하면서 교회 가르침을 배우고, 미사 안에서 예수님의 몸과 피를 함께 나누지 않는다면, 사회교리라는 사랑의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사회교리는 신앙의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사회교리에 반감을 갖거나 오해하는 이들이 많다면 교회의 신앙교육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사회교리에 대한 나의 이해혹은 나의 오해는 무엇을 바탕으로 합니까? 복음입니까? 세상입니까?

“네 안에 있는 빛이 어둠이면 그 어둠이 얼마나 짙겠느냐?”(마태 6,26)



김성수 신부는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2014년 서품을 받고, 현재 서울 고덕동본당에서 사목하고 있다.


김성수 신부(서울대교구 고덕동본당)
(gabino@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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