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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풀어쓰는 영신수련] (3) 좀 더 자세한 지침

좀 더 자세한 지침
기도는 한 시간 정도가 적당
어떤 기도 자세도 괜찮아
다만 허리는 꼿꼿이 세워야
기도에 대한 성찰도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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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일단 기도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의 이끄심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머리로 따져 생각하고 분석하고 정리하고, 곁들여 약간의 반성과 결심을 하는 것이 기도라고 생각해선 안되겠습니다. 그건 의식 차원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으로, 나쁜 것은 아닐지 모르지만 열매가 너무 부실합니다. 기도란 오히려 맑게 깨어 있는 가운데 성령께서 우리 영을 이끄시면서 가르쳐 주시는 것을 잘 알아듣고 받아들임으로써 힘과 위로와 기쁨을 길어 올리는 것이어야 합니다.

물론 기도의 들머리에 의식 차원의 사고 작용이 없을 수는 없겠습니다. 함에도 그것은 마중물에 불과할 뿐, 그 마중물로선 깊은 지하수의 맑고 맛있는 샘물을 길어 올릴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렇게 내면 깊은 곳, 영의 차원에서 영혼의 샘물을 길어 올리기 위해, 내적 고요와 침묵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일상생활을 할 때처럼 의식 차원에서 분주하고 소란스러우면 마음 깊은 곳의 움직임이나 소리를 놓칠 위험성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식 차원의 산만함을 잠재우고 내적 고요에 깊이 머물기 위해 자명종 시계를 사용하는 게 좋겠습니다. 한 시간 정도의 기도 시간을 맞춰 놓고, 자명종이 울릴 때까진 시계를 보며 시간을 의식하는 일 없이 내적 고요 속에 머물기 위해서입니다. 깊은 고요 속에 머물기 위해 몸 움직임도 일절 삼가해야 합니다. 그야말로 눈동자조차 움직이지 않는, 미동도 하지 않는 내적 침묵 속에 머무는 것입니다. 의식적인 몸 움직임이 내적 고요를 깰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한 차례의 기도는 한 시간 정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기도 자세는 어떤 자세도 좋습니다. 방석을 이용하든, 의자에 앉든, 장궤틀을 사용하든 상관없이, 오로지 한 시간 정도 맑게 깨어 집중해서 머물기에 편안하고 좋은 자세이면 어떤 것이든 괜찮은 것입니다. 다만, 가능한 허리는 꼿꼿이 세우는 것이 맑게 깨어 기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 시간 정도의 본격적인 기도에 들어가기 전에 한 십 분 남짓 기도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저 모든 생각을 끊고 앉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영신수련’에 나오는 묵상 기도나 복음관상 기도를 한다면, 한 시간 정도 기도에 머물 때 생각들을 모아야 할, 기도의 주제 같은 것을 정하기 위해서입니다. 아무런 목표도 없이 그저 생각 흘러가는 대로 느낌 올라오는 대로만 쫓아간다면 기도가 산만해질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의 주제에 집중해서 생각을 모으고 그 주제를 알아듣고, 가능하다면 깊은 깨달음을 길어올리기 위해선 특정한 하나의 주제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 주제가 기도의 이정표가 되어 기도를 이끌어 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의 기도가 끝나면 기도에 대한 성찰을 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기도 중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점검하는 것입니다. 뭔가 새롭게 알아들은 것이 있는지, 기도의 전반적인 느낌이나 분위기는 어땠는지, 기도 중에 마음이 크게 움직인 부분이 있는지 등을 살피고, 그 성찰 결과를 공책에 적어 나가는 것이 크게 유익합니다.

기도 성찰을 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영적 식별에 관한 것입니다. 한 시간이나 기도한다고 앉아 있으면 여러 가지 생각이나 느낌 등이 올라오기 마련인데, 그 생각이나 느낌들이 마음의 의식적인 심리 차원에서 일어난 것인지, 더 깊은 곳인 무의식의 영적 차원에서 일어난 것인지를 분별하는 것입니다. 이 분별에 대해선 따로 무슨 공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기간에 쉬 익힐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지속적인 훈련과 노력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유시찬 신부는 1997년 사제서품을 받았으며 수원 말씀의 집 원장, 서강대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순천 예수회영성센터 피정지도 사제로 활동 중이다.

유시찬 신부(예수회)
(gabino@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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