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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풀어쓰는 영신수련] (18) 예수님의 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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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이 당신 공생애 동안 가지셨던 목적은 딱 한 가지 밖에 없습니다. 아버지가 어떤 분이신지 그리고 하느님 나라가 어떤 것인지를 가르치는 것이었습니다. 말씀으로 설명하신 대목이든 온갖 기적을 베푸신 대목이든 그 목적은 모두 이것을 향해 있었습니다. 영신수련 둘째 주간에 집중적으로 보고 알아들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하느님 나라의 모습입니다.
예수님이 가르치신 그 하느님 나라는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지금 우리가 알고 살아가고 있는 세상과는 전혀 다른 딴세상입니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있음을 거듭 강조하시며 지금 이 세상에서 벗어나기를 촉구하시는 것입니다. 그 하느님 나라는 우리가 죽어서 가게 될 별개의 어떤 나라가 아닙니다. 예수님도 말씀하시듯 그 하느님 나라는 이미 우리 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이 많지만 몇 가지만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들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 원수를 사랑해라 형제가 잘못하면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도 용서해라 자기 목숨을 미워해야 영원한 생명에 이를 것이다 첫째가 되려고 하면 꼴찌가 되어라 등등. 그저 생각나는 대로 몇 가지만 들긴 했습니다만 이러한 예수님 말씀이 여러분들에겐 어떻게 다가옵니까? 도대체 우리가 실행할 수 있는 가르침들입니까? 실행 불가능하다면 예수님께선 터무니없는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그저 우리는 예수님은 하느님이시니까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야라는 정도로 알아듣고 지나쳐야 할 일입니까?
예수님이 우리가 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 헛말씀을 늘어 놓으신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신앙 생활은 헛돌고 말 것입니다. 그저 알아듣고 조금 힘쓰면 행할 수 있는 차원에서만 예수님의 가르침이 전달되고 만다면 무신론자들을 포함한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숱한 사람들도 그 정도의 삶이야 살아 내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신앙을 가지고 있다는 신앙을 살아 낸다는 우리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겠습니까.
여기서 간과해선 안될 중요한 문제가 대두됩니다. 분리를 전제로 하여 우리가 사람과 사물들을 보며 생각하고 느끼고 판단하며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을 참된 실재의 세상이라고 간주한 위에 예수님의 가르침을 접목하려고 덤비면 그 실행은 불가능해진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이 세상 그 가장 적나라한 모습으로 텔레비젼 뉴스의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세상 거짓말을 밥 먹듯 해대며 부끄러워할 줄도 모르고 신뢰와 사랑은 없이 배신과 공격이 난무하는 세상 이런 세상을 엄연한 참된 실재의 세상이라고 전제하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렇게 전제한 세상 속에서 예수님의 가르침을 행하려고 애쓰다 보니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 되고 맙니다. 그런 불가능을 보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 내려는 우리 신앙인은 수시로 절망하고 맙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예수님은 우리가 알아듣고 있는 세상은 참된 세상이 아니고 헛된 망상의 세상이라고 가르치십니다. 하느님 나라는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바로 이 세상이긴 하되 그 세상을 보는 시각이 전혀 다름을 강조하십니다. 그런 의미에서 완전히 다른 딴세상을 말씀하십니다. 즉 각자 분리되어 있는 개별자로서 각축을 벌이며 죽음을 몰고 오는 세상이 아니라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가운데 한몸의 존재로서 평화와 기쁨과 생명을 누리는 세상이라는 것입니다. 하느님 아버지와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에 완전할 수 있고 이웃과 한몸을 이루고 있기에 몇 번이고 용서할 수 있고 원수란 애당초 없었던 내 몸의 일부이기에 사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시각의 교정이야말로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합니다.
과연 우리는 세상을 바르게 보고 있습니까? 이 점에 깨달음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처한 상황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을 보는 눈을 바꿔야 하지 않겠습니까?
유시찬 신부(예수회)
1997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수원 말씀의 집 원장 서강대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순천 예수회영성센터 피정지도 사제로 활동 중이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5-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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