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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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을 통해 ‘주님의 날’ 구원이 도래하리라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67) 스바니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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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바니야는 기원전 7세기 남 왕국 유다 요시야 임금 통치 초기에 활동한 예언자로 ‘주님의 날’에 아나윔이라 불리는 가난한 이들을 통해 하느님의 구원이 도래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스바니야 예언자 이콘.


스바니야는 구약 성경의 여러 경전에 자주 등장하는 이름입니다.(2열왕 25,18; 1역대 6,21-22; 예레 21,1; 29, 25.29; 즈카 6,10.14) 히브리어로 “쩨판야”로 발음되는 스바니야는 우리말로 ‘야훼께서 숨기신다’ ‘야훼께서 피신시켜 주신다’ ‘야훼께서 보호해 주신다’는 뜻입니다. 이를 음차해 헬라어 구약 성경 「칠십인역」은 ‘Σοφονιαs’(소포니아스)로, 라틴어 대중 성경 「불가타」는 ‘Sophonias’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펴낸 우리말 「성경」은 ‘스바니야서’로 표기합니다.

스바니야서 머리글에는 스바니야의 4대 족보가 소개됩니다. “스바니야는 쿠시의 아들, 쿠시는 그달야의 아들, 그달야는 아마르야의 아들, 아마르야는 히즈키야의 아들이다.”(1,1) 이 족보에서 우리가 주목할 인물은 바로 ‘히즈키야’입니다. 히즈키야는 기원전 8세기 이사야 예언자가 활동할 당시 남 왕국 유다의 임금입니다. 곧 므나쎄의 선왕이죠. 만약 이 족보대로 스바니야가 히즈키야 임금의 후손이라면 그가 활동할 때 남 왕국 유다를 다스리던 요시야 임금과 친척이 됩니다.

스바니야 예언자가 활동하던 시기는 요시야 임금(기원전 640~609년) 통치 초기입니다. 나훔 예언자도 이 시기 활동했었죠. 요시야는 여덟 살에 임금이 되어 31년간 남 왕국 유다를 다스렸습니다.(2열왕 22,2) 그의 나이에서 알 수 있듯이 요시야는 즉위 당시 직접 나라를 다스릴 능력이 없어 상당 기간 섭정이 이뤄졌습니다. 바로 이 시기에 스바니야가 활동했습니다. 남 왕국 유다에 만연한 우상 숭배와 지도층의 불의를 고발하는 예언(1,8; 3,3-4)이 스바니야가 요시야의 종교 쇄신 이전에 활동했음을 뒷받침해 줍니다.

스바니야서를 이해하려면 당시 근동 지역의 시대상을 알아야 합니다. 기원전 7세기 중엽 아시리아는 이집트를 점령하면서 고대 근동의 패권을 장악했습니다. 아시리아 제국은 주변 민족들을 파멸시키고 잔학 행위를 저지르며 세력을 키웠습니다. 당시 유다를 다스리던 므나쎄 임금은 왕국의 주권과 야훼 신앙을 포기하고 아시리아의 충실한 신하이기를 자청했습니다. 예루살렘 성전 제단에 아시리아인들이 섬기던 우상을 세웠고, 매음이 성전에서 행해졌으며(2열왕 23,4-7; 스바 1,4-5),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일을 서슴없이 자행했습니다.(2열왕 21,6) 이것들은 모두 율법이 엄격히 금한 행위들이었죠.

므나쎄의 뒤를 이은 암몬 임금 역시 다를 바 없었습니다. 암몬은 즉위 2년여 만에 암살됐고, 요시야가 임금이 됐습니다. 요시야를 섭정한 권세가들 역시 므나쎄를 따라 우상 숭배를 자행하고 사회를 도탄에 빠뜨렸습니다. 이러한 시대 배경 아래 스바니야 예언자는 우상 숭배자들과 불의한 지도층을 향한 ‘하느님의 심판’을 선포하고(1,2-13), ‘아시리아의 몰락’(2,13-15)을 예언합니다.

스바니야서는 기원전 7세기부터 기원전 3세기에 이르기까지 여러 편집 단계를 거쳐 완성되었습니다. 구약 성경의 예언서들은 일반적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경고’, ‘민족들에 대한 심판’, ‘구원의 약속’ 세 구조로 편집 구성돼 있습니다. 스바니야서 역시 예언 대상과 내용에 따라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남 왕국 유다를 거슬러 내린 신탁’(1,1─2,3)과 ‘민족들과 예루살렘을 거슬러 내린 신탁’(2,4─3,8), ‘구원의 약속에 대한 신탁’(3,9-20)입니다.

스바니야는 ‘교만’이 모든 죄악의 뿌리라고 합니다. 교만은 하느님께 대한 불신(1,12; 3,2)과 반항(3,1), 우상 숭배, 율법을 거스르는 행위(3,4)를 통해 드러나며 마침내 사회 불의로 나타난다고 말합니다. 스바니야는 교만으로 말미암아 왕궁 관리들과 지도자들(1,8-9), 판관들(3,3), 상인들(1,11), 거짓 예언자들과 사제들(3,4)에 이르기까지 죄악에 물들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한탄합니다.

이에 스바니야는 모든 죄인을 향해 ‘하느님의 심판’ 곧 ‘주님의 날이 도래’할 것이라고 선포합니다. 아모서·나훔·요엘도 ‘주님의 날’을 예언했지만 스바니야는 그들과 달리 이날이 무섭게 득달같이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그날은 분노의 날, 환난과 고난의 날, 파멸과 파괴의 날, 어둠과 암흑의 날, 구름과 먹구름의 날이다.”(1,15) 스바니야의 예언은 50년 후 예루살렘 멸망으로 현실이 됩니다.

하지만 스바니야는 ‘주님의 날’에 하느님의 구원이 실현될 것이라고 합니다. 스바니야는 무엇보다 하느님의 구원은 ‘가난한 이들’을 통해 도래한다고 합니다. ‘아나윔’으로 불리는 가난한 이들은 영적으로만 가난한 것이 아니라 우선 물질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이란 사회적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영적 차원에서 이해해야 할 개념입니다. 교만한 사람들과는 반대로 주님을 찾으며 주님 계명을 지키고 정의를 실현해 나가는 사람들이 곧 가난한 사람, 겸손한 사람들입니다.(2,3) 기댈 곳 없어 오직 하느님께만 의지하는 이들, 주님의 이름에 피신하는 이들은(3,12) 왕국이 멸망한 후에라도 미래를 희망할 근거가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힘 있는 자들은 모두 베어내시고 그 밑에서 죽어가던 가난한 이들로부터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실 것입니다.


 


리길재 선임기자 teotokos@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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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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