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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설 수 있는 러시아, 물러설 수 없는 우크라이나

미 거주 우크라이나인 사목보리스 구지악 대주교무기 지원 중단 여론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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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구지악 대주교가 지난 2월 뉴욕에서 평화를 위한 기도회를 마친 후 부상 치료차 입국한 우크라이나 병사들과 대화하고 있다. OSV

“러시아가 무기를 내려놓으면 전쟁이 끝난다. 우크라이나가 무기를 내려놓으면 우크라이나가 끝난다.”

미국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을 사목하는 보리스 구지악(Borys Gudziak, 63) 대주교는 일부 서방 국가에서 일고 있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중단 여론을 이같이 반박했다. 서방의 지원이 끊겨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항전을 멈추면 우크라이나는 지도상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말이다.

구지악 대주교는 미국 가톨릭 매체 ‘아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침공은 우크라이나 가톨릭교회의 제거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며 “그런 일이 18세기, 19세기, 20세기에 일어났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러시아가 점령한 도네츠크 동부에 동방 가톨릭이건 서방 가톨릭이건 가톨릭 신부가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소비에트 공산 치하에서 우리는 멸망할 운명이었지만 로마의 도움으로 살아나 현재 37개 교구와 56명의 주교를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누군가는 예언해야 한다

그는 우크라이나 그리스-동방 가톨릭(UGCC) 필라델피아대교구장이다. 우크라이나 그리스도인은 러시아 정교회와 다소 대립 관계인 UGCC 소속이 많다. 특히 서부 지역은 UGCC가 다수를 이룬다. 그는 미국 뉴욕에서 출생한 우크라이나 난민 2세다. 우크라이나와 로마를 오가며 공부하고, 현재 미국 내 우크라이나인들을 사목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교회 입장을 설득력 있게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 세기에 우크라이나인 1500만 명이 전쟁과 나치 침공, 소련 박해, 굶주림으로 목숨을 잃었다”며 근현대사의 깊은 상처를 드러냈다. 이어 전쟁의 비극에 침묵하는 러시아 정교회 지도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누군가는 예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정교회 주교 400명 가운데 단 한 명도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습니다. 며칠 전 키릴 총대주교(러시아 정교회 수장)가 국민들에게 또 전쟁 지지를 촉구한 것은 어찌 된 일입니까? 어떻게 러시아 대학 총장 700명이 전쟁 지지 성명서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단 말인가요? 러시아 정교회 사제와 부제 4만 명 가운데 고작 300명이 반전 탄원서에 서명했습니다. 1가 채 안 됩니다. 그들 중 일부는 투옥되거나 자격이 박탈됐습니다.”

그를 비롯해 브라질ㆍ폴란드ㆍ영국 등지의 UGCC 주교들은 지난달 로마에 모여 시노드를 열었다. UGCC 수장인 스비아토슬라프 셰브추크 상급대주교도 로마로 날아와 합류했다. 참석자들은 시노드를 마치고 프란치스코 교황을 2시간이나 알현했다.

전언에 따르면, 교황은 전쟁 발발 직후부터 최근까지 발표한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성명서 226개의 사본을 갖고 알현장에 나타났다. 교황은 대화 말미에 바티칸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어떤 일을 더 하길 원하는지 주교들에게 물었다. 주교들은 전쟁 희생자들의 영적, 심리적 치료를 위해 전 세계 가톨릭 자원을 조정할 일종의 임시위원회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기도 없이는 평화 불가능

그는 “우리는 전쟁의 고통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연대하는 교황으로부터 많은 위로를 받았다”며 “교황께서는 몸은 떨어져 있지만 고통받는 우크라이나인들과 영적으로 연대하면서 끊임없이 기도하고 있다고 거듭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그는 “그간 교황께서 발표하신 성명 내용의 상당 부분은 평화를 위해 함께 기도하자는 호소”라며 “사실 우리가 기도 없이 무엇을 얻을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교황이 지난 8월 러시아 가톨릭 청년 전국대회 폐막식 화상 연설에서 “대러시아의 표트르 1세와 예카테리나 2세 등 성스러운 차르(통치자들)의 후손임을 잊지 말라”고 발언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이 발언이 전파를 타자 과거 러시아로부터 많은 핍박을 받은 국가들에서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이 논란은 “젊은이들에게 러시아의 위대한 문화적, 정신적 유산에 깃든 긍정적인 면을 보존하고 증진하도록 격려하신 말씀”이라는 바티칸 해명이 나오면서 진정됐다.

구지악 대주교는 “교황은 (알현 때) 우리 앞에서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를 비판하셨다”며 “교황은 우크라이나 상황을 매우 분명하게 이해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우크라이나 그리스-동방 가톨릭(UGCC)

러시아인ㆍ우크라이나인ㆍ벨라루스인 등 동슬라브족은 10세기 말 비잔티움으로부터 그리스 정교를 수용한 후 문화적 동질성을 유지했다. 당시 정치와 문화, 정교의 중심은 키예프 공국(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이었다. 이후 러시아권의 중심축이 점차 모스크바로 이동하면서 우크라이나 정교회와 모스크바 정교회는 주도권을 놓고 적잖은 갈등을 겪었다. 우크라이나는 15~16세기 가톨릭 국가인 리투아니아와 폴란드의 지배를 받았다. 그러는 사이 가톨릭적 요소가 유입돼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내부적으로도 분열에 휩싸였다. 우크라이나 정교회와 서방 가톨릭 간의 종교, 문화적 타협 결과가 UGCC다. 일명 ‘우니아트(Uniate) 교회’라고 부른다. UGCC는 동방 정교회 전통과 전례를 따르면서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과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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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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