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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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외국인 눈에 비친 한국사회, 한국교회

정(情)과 역동성으로 '따뜻한 한국' 되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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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이 경기 할 때마다 당혹스러운 광경이 벌어졌다. 수많은 중국 관중이 무조건 한국의 상대팀을 응원하는 것이었다. 상대가 자국 선수가 아닌데도 말이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이른바 `반한(反韓)감정`에 대한 우려와 다양한 해결책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도 반한감정을 갖고 있을까? 그들 눈에 비친 한국사회와 한국교회 모습이 궁금하다.


 
▲ 한국 거주 외국인들을 이방인이 아닌 우리의 이웃으로 바라보는 따뜻한 눈길이 필요하다.
사진은 2004년 5월 서울 성북동, 혜화동에서 필리핀 전통 축제를 재현하는 장면
 

 서울 가리봉이주노동자의 집에서 봉헌되는 중국어 미사에 참례한 중국인들에게 반한감정의 실체를 물어봤다. 그들은 "반한감정이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실체는 잘 모른다", "한국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한국인에게 느끼는 섭섭한 감정을 간간이 내비쳤다.
 연길 출신 김길자씨는 "한국인들은 지나치게 `우리`를 강조한다. `우리나라` `우리집` `우리성당`… `우리`라는 특유의 공동체 의식 때문에 나같은 이방인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중국에서는 `우리`라는 말을 좀처럼 쓰지 않는다"라며 한국인들의 지나친 집단의식을 지적했다.
 톈진 출신 왕령씨는 "한국이 중국보다 일찍 경제발전을 이뤘다고 해서 중국은 아직도 뒤떨어지고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한국인이 있다"며 "직접 그런 얘기를 들을 때면 자존심이 무척 상한다"고 토로했다. 또 왕씨는 "한국 남자와 결혼했는데, 명절 때 함께 모인 자리에서 시누이들이 나를 중국인이라고 무시하는 것 같아 기분이 많이 상한 적이 있다"며 서운한 감정을 털어놨다.
 주일이면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 곳곳에서 주한 외국인들을 위한 외국어 미사가 봉헌된다. 서울만 해도 10여 곳에서 미사가 봉헌된다. 중국어 미사도 그 중 하나다.
 한국에서 7년째 활동 중인 중국인 A수사는 한국교회 성직자들은 만나는 것부터가 상당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중국 사람들은 신부와 주교를 동네 할아버지처럼 편하게 대하고, 성직자들도 평신도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선다. 하지만 한국 성직자들에게는 다가서기가 조심스럽다. 한국 성직자들이 좀 더 친절했으면 좋겠다."
 A수사의 말을 듣고 있던 한 여성은 "본당 신부님과 상담을 하고 싶어도 전화 통화조차 하기 어렵다"며 한마디 거들었다.
 서울 혜화동성당에서는 주일 오후에 필리핀인들을 위한 타갈로그어(필리핀 인구의 절반 정도가 쓰는 언어) 미사가 봉헌된다. 필리핀인 소식지를 발행하는 레카나씨는 "한국사회는 이방인들에게 지극히 폐쇄적이고 특히 동남아시아인들을 차별한다. 한국인은 외국인에게 친절하다. 단, 그 외국인은 백인이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몇 명의 의견을 전체 의견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인들이 자신들을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 한국은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사회라는 의식이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뿌리 깊게 박혀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국에 대한 무관심도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싫어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무관심이다. 반한감정이 있다는 것은 적어도 한국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는 것이다.
 서울 한남동 외국인성당 이탈리아어 미사에서 만난 빈첸조 프라테리고(한국외국어대 이탈리아어과) 교수는 "좋고 싫음을 떠나서 이탈리아인들은 한국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면서 "한국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국가를 홍보해야 유럽인들에게 한국을 인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탈리아 한국대사관에서 20여 년간 외교관 생활을 했던 김경석(프란치스코)씨도 프라테리고 교수와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탈리아인이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삼성, LG 휴대전화와 2002년 월드컵 정도"라고 말했다.
 가리봉이주노동자의 집에서 만난 중국인들은 "중국에 있을 때는 한국보다 북한을 더 많이 알고 있었다"며 "10여 년 전부터 한류 열풍을 타고 중국인들이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기는 하지만 드라마를 보고 한국을 안다고 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물론 외국인들이 한국사회와 교회의 부정적 면만을 본 것은 아니다.
 왕령씨는 "중국은 종교에 대한 보이지 않는 감시와 통제가 심해 활발하게 종교활동을 할 수 없다"면서 "소공동체 모임, 선교활동 등 열정적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한국 신자들 모습은 언제 봐도 부럽다"고 말했다.
 프라테리고 교수는 "이탈리아 여성과 달리 한국 여성 신자들이 미사보를 쓰고 미사에 참례하는 것을 보고 한국인은 예의가 바르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또 평신도가 중심이 되어 교회를 활발하게 이끌어가는 것도 이탈리아인들이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생활 30년째다. 그동안 강산이 3번 바뀌었다. 특히 지난 30년은 한국사회 격동기였다.
 "30년 전 한국에 처음 와서 한국인들의 순수함에 홀딱 반했다. 아쉽게도 요즘은 그런 순수함을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30년 세월이 지나도 한국사회 특유의 끈끈한 정은 변한 것 같지 않다. 한국인은 정말 정이 많은 민족이다. 이탈리아인들도 비교적 정이 많은 사람들이라 한국 정서가 친숙하다. 가끔 이탈리아에 가면 한국이 생각나서 빨리 돌아오고 싶을 정도다."
 필리핀 이주노동자 그레이스씨는 "1991년 한국에서 처음 일할 때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많아 부담스러웠다"며 "그러나 지금은 나를 격려해주는 사람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한국정부의 외국인노동자 정책도 점점 나아지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의 친한감정을 유발하는 요소는 역시 한국인 특유의 정과 교회의 역동성이다.
 2008년 7월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불법체류자를 포함해 100만 명이 넘는다. 노동자 계층인 중국인을 비롯해 베트남ㆍ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인이 80를 넘게 차지한다. 한국 거주 외국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그들에게 아직은 긍정적 면보다 부정적 면이 더 많이 눈에 띄는 듯하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이서연 기자 kitty@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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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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