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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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5주일(루가 5 1~11)-‘고기잡는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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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특징짓는 말 중의 하나가 전문가라는 말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러면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필자는 시각을 좁히는 사람이 된다는 말과 같은 말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소위 전문가라 칭하는 사람들이 들으면 화가 나겠지만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전문가라는 말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 때문입니다. 전문가란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어떤 특정한 부분을 연구하여 그 부분에 높은 정도의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을 가진 사람을 말합니다. 그러기에 특정 분야에 몰입하기 위해서 가장 우선적인 자세는 그 분야를 제외한 다른 모든 분야에 가졌던 관심을 줄여야 한다는 전제가 붙게 됩니다. 그래야만 그 분야에 대해 좀 더 깊은 연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고 이런 의미에서 전문가란 시각을 좁히는 사람이라 이야기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비유해서 이야기하자면 전체 숲을 보던 자세에서 개별 나무에 시선을 고정하고 그 나무에 대한 특별한 지식과 기술을 가지는 것이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특징입니다. 이렇게 보면 전문가들은 어느 한 분야에 대해 특별한 지식을 가지는 반면 넓은 시야 포용력 있는 시야를 가질 수 없는 위험에 쉽게 노출 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전문 지식은 다른 분야의 시야가 함께 할 때 인간과 세상을 위한 지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면서 오늘 복음에 나오는 베드로 사도의 태도가 전문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를 가장 잘 설명해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지시로 시몬과 동료들이 엄청나게 많은 물고기를 잡는 기적을 전하고 있습니다.
먼저 이 기적은 자연이적사화에 속하기에 사건에 얽매이지 말고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는 점과 「배」는 전통적으로 교회를 상징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오늘 복음은 먼저 교회에 대한 가르침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때문에 시몬과 그의 동료들이 노력해도 잡지 못했던 고기나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잡은 고기는 교회의 선교 현실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즉 선교의 결실은 인간적인 노력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 의지함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 복음을 보면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점은 고기를 잡는 기적을 가져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시몬과 그 동료들의 태도입니다. 사실 어떤 의미에서 그 당시 그물을 다시 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시몬과 그의 동료들은 소위 고기잡이의 전문가인 어부였다는 점이 그 첫째 이유입니다. 사실 그들이 고기를 잡던 호수는 호수로써는 굉장히 크긴 하지만 어려서부터 그곳에서 고기잡이로 잔뼈가 굵은 시몬과 동료들에게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고기를 잡아야 하는지를 잘 알 수 있는 장소입니다. 이런 시몬과 일행들이 그것도 고기가 가장 잘 잡히는 시간대인 밤에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했다면 그날은 공치는 날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그들에게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쳐 고기를 잡아라』 란 말씀은 전문가적인 눈으로 보면 상식에 벗어나는 이야기요 막말로 공자 앞에서 문자 쓰는 격으로 어울리지 않는 말 입이다. 아니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이들을 더더욱 곤란스럽게 만든 것은 이들이 밤새 고기잡이로 몹시 지쳐 있는 상태였다는 사실입니다. 때문에 그 때의 상황은 그물을 다시 치기보다는 내일을 위해 휴식이 더 타당한 선택일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놀라운 사실은 시몬과 동료들이 손질하던 그물을 다시 친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인간이면 누구나 다 예외 없이 남들보다 나은 무엇에 대해 고집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집니다. 어부 시몬에게는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유일한 그 무엇이 바로 고기 잡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예수님 적어도 고기잡이에 관해서 만은 문외한일 수밖에 없는 예수님이 그 분야마저도 간섭합니다. 인간적인 면에서는 참으로 반박하고 거부하고 싶은 충동이 드는 그러한 요구인데 이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아마 여러 가지 인간적 약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도 베드로가 위대한 영웅이 될 수 있었던 점은 바로 이점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마음이 상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보다는 받아들이지 않음이 더 자연스러운 상황에서조차 타인의 말을 존중해 주고 따라주는 자세 바로 사도 베드로의 삶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요 점점 더 전문화되어 가는 오늘의 현실에서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가져야 할 영성의 출발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모습이 아닐까 오늘 복음을 보면서 생각해 봅니다. 홍금표 신부〈원주교구 삼척종합복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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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4-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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