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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영 수녀의 성경말씀나누기] 마르코 복음서(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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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 추종 않는 사람은
하느님 나라의 구원 상실

IV. 그리스도론과 길 위의 제자직(8, 27~10, 45)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여행 이야기는 예수는 누구신가 하는 그리스도론적 물음과 그분을 따르는 제자됨의 길은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으로 집약된다. 이 여정 중에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운명을 세 차례나 예고하시면서 제자들을 교육하시고 철저한 십자가 추종의 삶을 촉구하신다. 예수님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분의 길을 따르려면 파스카의 신비를 깨달아야 한다.

1. 첫 번째 수난 예고(8, 27~38)

베드로의 고백 (8, 27~30):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앞서“예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관한 군중의 여론을 보도하였음에도 불구하고(6,14-16), 다시한번 예수의 정체에 관한 질문을 다룬다. 예루살렘을 향한 순례의 길이 결코 순탄치 않을 고난의 길이 될 것이기에 마음의 각오가 단단히 필요하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29절). 제자들에게 직접 주어지는 이 질문은 복음서 전체를 이끌어 온 중심 주제였을 뿐 아니라 오늘의 그리스도인들에게도 핵심적인 물음이 된다. 나(우리)에게 예수는 누구신가?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30절)라는 베드로의 신앙 고백은 우리에게 정답으로 제시된다. 나자렛 예수는 우리의 메시아, 그리스도이시다. 그런데 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함구령을 내리시는 것일까? 당신에 관하여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엄중히 이르시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는 어떤 메시아(그리스도) 상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유다인들은 그들에게 정치적 해방을 가져올 메시아를 고대하고 있었는데, 이는 예수님께서 보여주려고 하시는 고통 받고 죽음을 당하시는 메시아의 길과는 거리가 멀다. 이제 예수께서 그리스도가 어떤 모습일지 보여주실 것이다.

수난과 부활에 대한 첫 번째 예고(8, 31~33)

이스라엘 북쪽 헤르몬 산 아래 필리피의 카이사리아에서 남쪽 예루살렘으로 이어지는 길 위에서 제자교육이 시작된다(31절). 사람의 아들이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으시고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배척 받고 죽임을 당하고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는 것이다. 제자들이 기대하던 그리스도 상과는 전혀 다르다. 내가 기대하던 메시아는 어떤 분이었나?

이승에서 활약하신 사람의 아들은 인간의 죄를 사할 수 있는 전권을 가지고 안식일의 주인으로 오신 분이 아니었던가?(2, 10. 28). 베드로는 예수님을 따로 붙잡고 반박하기 시작한다(32b절). 그가 고백했던 ‘그리스도’ 칭호와 예수님의 운명 예고는 도저히 연결시킬 수가 없다.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33b절). 베드로를 향한 호된 꾸지람은 ‘하느님의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만든다. 제자됨의 길을 방해하는 모든 것은 사탄의 짓이다.

예수 추종의 자세(8, 34~38)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군중을 가까이 부르시고 당신을 어떻게 따르고 본받아야할지 알려 주신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나를 따라야 한다.”(34b절)/“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그것을 잃을 것이고, 목숨을 잃는 사람은 그것을 구할 것이다.”(35절)/“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사람이 제 목숨의 대가로 무엇을 내놓을 수 있겠느냐?”(36~37절)/“누구든지 나와 내 말을 부끄럽게 여기면, 사람의 아들도 자기 아버지의 영광에 싸여 거룩한 천사들과 함께 올 때에 그를 부끄럽게 여길 것이다.”(38절)

본디 서로 상관이 없던 네 가지 토막 말씀들이 일찍이 어느 전승자에 의해 한데 묶여 집성문이 된 것을 마르코가 채집하여 이 자리에 배치한 것이다. 철저한 자기 부정과 십자가 수락이 자기실현과 구원의 길이라는 삶의 역설이 담겨 있다. 마르코의 첫 번째 독자였을 박해 받는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큰 위로와 도전이 되는 말씀이시다.

이제 십자가 추종의 길은 임박한 종말과 관련된다. 예수를 추종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 나라의 구원을 상실하게 된다. 예수를 추종하는 삶은 수난과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하느님 나라의 궁극적인 도래, 곧 구원을 지향하게 될 승리의 길이 될 것이다.

최혜영 수녀 (성심수녀회.가톨릭대 종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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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6-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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