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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영 수녀의 성경말씀나누기] 마르코 복음서(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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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서 촉구하시는 확고한 믿음
신자들이 청해야 할 가장 큰 은혜

어떤 아이에게서 더러운 영을 내쫓으심 (9, 14~29)

우리는 예수님께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심으로써 갈릴래아 활동을 시작하셨다는 것을 기억한다. 이 때 성령께서는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1, 11)라고 예수님의 정체를 드러내셨다.

그러나 바로 다음에 광야에서 유혹 받으셨다는 사건을 다룸으로써 예수님의 일생이 악령과의 투쟁임을 보여준다(1, 12~13). 마찬가지로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 사건(9, 2~10)은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드러내고 부활의 영광을 미리 예시하지만, 바로 뒤에 더러운 영에 사로잡힌 아이를 고쳐주심으로써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 사건 후에도 악의 힘이 여전히 존재하고 제자들의 믿음도 불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루살렘으로 가는 여정 중에 하나밖에 소개되지 않는 이 치유 이야기는 상황묘사가 꽤 길고 장황해서 두 개의 다른 기적 사화가 연결되었다고 보기도 한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치유 이적사화가 아니라 악령을 추방하는 축귀사화의 성격이 있고, 또한 치유사화를 중심으로 하여 믿음의 중요성과 제자교육의 주제가 다루어진다.

이야기는 예수님이 일행과 함께 다른 제자들이 군중에게 둘러싸여 율법 학자들과 논쟁하고 있는 곳으로 가시는 것으로 시작한다(14절). 어떤 사람이 말 못하게 하는 영이 들린 아들을 데리고 왔는데 제자들이 고치지 못했다는 상황 묘사가 길게 전개된다(14~19절). 거품을 흘리고 이를 갈며 뻣뻣해지는 증세로 보면 영락없는 간질환자이다(참고 마태 17, 14~21; 루카 9, 37~43a).

그러나 마르코 복음사가는 병명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그 병이 악한 영에 사로잡힌 결과라는 점을 강조하고 그 환자가 얼마나 지독한 고통에 시달리는가를 반복하여 말한다(17~18, 20, 22, 26절).

“아, 믿음이 없는 세대야! 내가 언제까지 너희 곁에 있어야 하느냐? 내가 언제까지 너희를 참아 주어야 한다는 말이냐? 아이를 내게 데려오너라.”(19절).

제자들이 치유 능력을 가지지 못한 데 대해 예수께서는 몹시 속상해 하신다. 성령이 충만하다면 제자들도 예수님과 같은 능력을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오늘날처럼 무신론이 판을 치고 인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세상에서 예수님의 탄식이 더욱 실감난다.

20~27절에서는 벙어리 영이 들린 아들을 가진 아버지의 믿음을 중심으로 소년의 치유과정이 상세히 묘사된다. 여기서 중요한 신학적 주제는 믿음이다. 처음 사람들이 아이를 데리고 왔을 때 그들에게 예수님께서 아이를 치유하시리라는 희망은 별로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 아버지의 믿음이 점점 발전하는 것 같다.

“이제 하실 수 있으면 저희를 가엾이 여겨 도와 주십시오.”((22절)

이에 대해 예수께서 그의 전적인 믿음을 촉구하신다. “‘하실 수 있으면’이 무슨 말이냐? 믿는 이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23절). 믿음에는 온전한 투신만이 필요하다. 적당히 믿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아이 아버지는 곧바로 “저는 믿습니다. 믿음이 없는 저를 도와 주십시오.”(24절)라고 말하고 그의 믿음은 아들의 치유를 가져온다.

예수님은 치유자이며 생명을 주시는 분으로서 하느님 아들로서의 권위를 가지신다. 예수님께서 악령에 사로잡힌 아이를 고치셨다는 것은 예수님께서 죽기까지 악의 힘에 대항하여 계속하여 싸우시는 모습을 드러내 주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아이의 손을 잡아 일으키시니 아이가 일어났다는 대목은(27절) 예수님의 부활을 떠올리게 한다. ‘일으키다’, ‘일어나다’로 번역된 동사는 부활을 말하는 데 쓰인다.

28~29절에서는 제자들이 소년을 치유하는 데 실패한 이유에 대해서 예수와 제자들의 토론이 나온다. 제자들이 영을 쫓아 내지 못한 이유에 대해 묻자 예수님께서는 “기도가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나가게 할 수가 없다.”(29절)고 말씀하신다. 기도는 믿음의 증거이다. 결국 믿음이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필자의 경우도 종종 기도를 부탁 받게 되는데 부탁하는 분의 태도에 따라서 그분의 기도가 이루어질지 가늠하게 된다.

신앙의 신비라고 했던가? 이제나저제나 믿음은 그리스도인이 청해야 할 가장 큰 은혜인 것 같다.

최혜영 수녀(성심수녀회.가톨릭대 종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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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6-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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