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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영 수녀의 성경말씀나누기] 마르코 복음서(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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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쉽게 소박하는 남성들에
남녀평등 결혼의 신성함 가르쳐

4. 삽화: 요르단강 건너편에서 군중을 가르침 (10, 1~31)

필립보의 가이사리아(8, 27)를 출발하여 예루살렘을 향한 여정을 걸으시는 예수님과 제자들은 갈릴래아 지방과(9,30) 그 지방의 도시 카파르나움을 거쳐(9, 33), 이제 유다 지방과 요르단강 건너편으로 와서(10, 1) 군중을 가르치신다. 머지않아 예리고를 거쳐(10, 46)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실 것이다(11,1; 참조 10, 32). 이혼에 대한 논쟁(1~12절), 어린이와 하느님 나라(13~16절), 부자와 하느님 나라(17~27절), 추종과 보상(28~31절)에 대한 중요한 가르침들이 삽화처럼 다루어진다.

이혼에 관한 논쟁 (10, 1~12)

한국사회의 이혼율이 세계 몇 위 안에 든다는 반갑지 않은 보고가 벌써 몇 해째 계속되고 있다. 이혼의 증가로 인한 가정해체의 폐해는 고스란히 자녀들의 몫이 되는데 그렇다고 불행한 부부생활의 연장이 자녀양육에 도움이 되는 것만도 아니다.

바리사이들이 예수님을 시험하려고 “남편이 아내를 버려도 됩니까?”하고 묻는다(2절). 유다인들은 신명기 24장 1~4절을 내세워 아내의 소박을 정당화하고 있었는데 이혼의 사유라는 것이 여자들의 의사는 전혀 상관 없이 남성 위주로 해석된 것이었다.

예수님께서는 유다인들의 마음이 완고하기 때문에 모세가 이혼장을 써 주고 아내를 버리는 것을 허락한 것이지(5절), 이혼이 하느님의 뜻은 아니라고 창세기 1장 27절과 2장 24절을 인용하여 당신의 결혼관을 밝히신다.

“창조의 시작부터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다.’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된다. 따라서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6~9절)

이는 당시 소유물처럼 여기던 아내를 남성들의 편의에 따라 쉽게 소박하는 폐습을 비판하고 아내를 존중하도록 하는 여권선언이었으며, 혼인의 불가해소성을 가르침으로써 혼인의 거룩함과 가정의 소중함을 강조하신 것이었다.

그러나 예수님의 이혼 단죄 말씀이 이미 초대교회부터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마르코 교회가 예수님께서 이혼 자체를 단죄하기보다 이혼한 다음 재혼하는 것을 금하셨다고 풀이하였다는 것을 제자들에게 따로 말씀하신 내용에서 짐작할 수 있다.

“누구든지 아내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혼인하면, 그 아내를 두고 간음하는 것이다.”(11절; 병행 루카 16, 18). 그리고 12절에서는 “또한 아내가 남편을 버리고 다른 남자와 혼인하여도 간음하는 것이다”라고 반대의 경우를 가정하는데, 이런 말은 여자에게도 이혼하고 재혼할 권리를 인정한 그리스-로마 사회에서나 해당되는 말이었지 유다 사회에서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었다.

한편 마태오 교회에선 “불륜을 저지른 경우를 제외하고 아내를 버리는 자는 누구나 그 여자가 간음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 버림받은 여자와 혼인하는 자도 간음하는 것이다”(마태 5, 32; 19, 9)라고 “불륜을 저지른 경우”라는 예외 규정을 삽입하는데, 이는 아내의 성적인 부정 행위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는 마태오 교회의 입장을 반영해 준다.

사도 바울로의 경우에는 예수님의 뜻에 따라 반이혼률을 주장하지만 부득이 이혼한 경우 재혼만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내는 남편과 헤어져서는 안 됩니다. - 만일 헤어졌으면 혼자 지내든가 남편과 화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남편은 아내를 버려서는 안 됩니다.”(1코린 7, 10~11).

그러나 혼종혼(비신자 부부)의 경우 한 편만 그리스도인일 때 신자편에서 이혼을 주장해서는 안되지만, 비신자 편에서 이혼하려고 하면 갈라서도 무방하다는 예외규정을 만들었다. 그리스도인의 평화를 위해서라는데, 그러니까 1세기 교회에서는 이미 예수님의 반이혼률이 완화되었음을 보여준다(1코린 7, 12~15).

예수님의 이혼에 대한 가르침은 분명 율법이나 규범을 넘어서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주시는 것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예수님께서 반이혼법을 제정하셨다기보다는 일방적으로 아내를 버리는 남편들에게 남녀의 동등성과 결혼의 신성함을 깨우쳐 준 가르침이라고 하겠다.

오늘날 가톨릭 교회는 혼인의 단일성과 불가해소성을 원칙적으로 고수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법의 차원을 넘어서 인간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구원경륜 안에서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으로 본다. 교회 내 신자들의 이혼과 재혼의 문제에 대해서 윤리신학자 베른하르트 헤링 신부의 저서 <이혼자에게 출구는 없는가?>(이동익 역, 성바오로출판사, 1999)에서 지혜로운 해답을 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최혜영 수녀 (성심수녀회 가톨릭대 종교학과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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