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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영 수녀의 성경말씀나누기] 마르코 복음서(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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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계명 묻는 율법학자들 질문에

“전 존재로 하느님 사랑하라” 가르쳐

첫째 가는 계명(마르 12, 28~34)

우리는 앞서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이후 종교지도자들과 논쟁을 벌이신 장면을 보아왔다.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과 원로들은 ‘예수님의 권한’에 대하여(11, 27~33), 바리사이들과 헤로데 당원은 ‘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문제’에 대하여(12, 13~17), 사두가이들은 ‘부활’에 대하여(12, 18~27) 논쟁을 걸어왔다.

예수님을 곤경에 빠트리기 위한 것이었으나 결말은 한결같이 예수님의 승리로 끝난다.

이제 율법 학자의 질문으로 논쟁은 모두 끝이 나는데(12, 34b절) 그는 지금까지의 과정을 쭉 지켜본 증인의 역할을 하며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예수님께 호의를 보인다.(12, 28a절) 그의 질문은 모든 계명 가운데에서 첫째 가는 계명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당시 유다 땅에서는 모두 613개의 계명이 통용되고 있었는데, 그 중 248개는 단순명령이고 365개는 금지명령이었다. 율법학자의 질문에 예수님께서는 신명기 6장 4~5절을 인용하여 대답하신다.

“첫째는 이것이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그러므로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29~30절)

유다인들이 매일 아침과 저녁에 바쳤던 이 신앙 고백문에는 오직 한 분이신 하느님을 찬양하고 그분만을 섬기겠다는 믿음이 담겨 있다.

특히 헬라 지역에 흩어져 살던 디아스포라 유다인들은 우상을 숭배하는 이방인들 가운데서 살면서 유일신 신앙을 다짐하였는데, ‘마음(감성)과 목숨(생명)과 정신(이성)과 힘(능력)’을 다하여, 곧 ‘전존재’로 하느님을 사랑하라는 말씀이다.

“둘째는 이것이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이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31절)

첫째 가는 계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둘째는 이것이다”라고 답변하는 것은 분명 어색한 일이지만,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구별할 수 없는 하나의 계명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레위기 19장 18절에서 따온 이 계명은 사람이 사회적인 관계에서 취해야 할 자세를 종교적인 차원으로 정의 내리고 있다.

“훌륭하십니다, 스승님. ‘그분은 한 분뿐이시고 그밖에 다른 이가 없다’하시니, 과연 옳은 말씀이십니다.

또 ‘마음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그분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이 모든 번제물과 희생 제물보다 낫습니다.”(32~33절)

예수님의 대답에 맞장구를 치는 율법 학자의 말은 언뜻 보기엔 예수님의 말씀을 다시 한번 반복하는 듯하지만 이번에는 신명 4, 35을 인용하고,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한 문장에 넣음으로써 두 가지 계명을 좀더 분명하게 하나로 만든다.

또 하나의 특징은 사랑이 제물보다 낫다고 말함으로써 종교의식에 대한 비판을 덧붙인다.

모든 제사의식보다 사랑이 중요하다는 사상은 구약성경에서도 흔히 발견되는데, 이 대목에서 다시 한번 ‘사랑’이 핵심적인 것이고 ‘제사’가 주변적인 것임을 확인시킨다.

이로써 유다교식 제사와 그리스도교식 사랑의 가르침 중에서 과연 어느 것이 중요한지 논쟁이 펼쳐졌던 헬라 유다계 그리스도 교회의 입장을 드러낸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충실히 실천하면 굳이 유다교식 제사를 바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예수님께서는 그가 슬기롭게 대답하는 것을 보시고 그에게 “너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34a절)라고 파격적인 칭찬의 말씀을 하신다.

이제까지 토론의 주제가 율법이었는데 갑자기 하느님 나라가 등장한 것은, 예수님 자신이 율법(토라)보다 뛰어난 존재로서 율법학자가 예수님을 통해 이 세상에 힘차게 뚫고 들어온 하느님의 주권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느님 나라는 율법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유다 땅에서 활동하는 예수님을 받아들이느냐는 문제이다.

이제 예수님은 더 이상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성전에서 가르치시게 된다.(35, 38절)

최혜영 수녀 (성심수녀회 가톨릭대 종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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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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