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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생명윤리] 46 - 호스피스

이동익 신부(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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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로운 죽음 // 임종 환자가 죽음을 통해 하느님 품에 안기는 모습을 표현한다.
그림=장우의 화백
 
 호스피스는 라틴말에서 손님을 의미하는 호스페스에서 유래했다. 말기환자에 대한 간호를 의미하는 호스피스는 어원적으로 볼 때 집에 찾아온 손님을 극진히 접대하고 또 벗이 되어 주는 주인의 마음이나 자세가 그 기본 정신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죽음 하면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두려움과 고통, 고독, 상실감 등이다.  아무도 가보지 않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공포, 병상에서 철저하게 혼자서 그 세계로 떠나야 한다는 고독감,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룩해 왔던 모든 업적과 관계가 한꺼번에 무너져 버리는 것과도 같은 상실감, 이 뿐만 아니라 질병으로부터 시시각각으로 엄습하는 육체적 고통….

 죽음을 눈앞에 둔 임종환자가 어쩌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이 고통의 그 힘든 시간 동안 누군가 벗이 되어줄 수 있다면 죽음으로 향하는 그 환자의 마지막 삶은 비록 고통스럽더라도 평화 속에 머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의료적으로, 영성적으로 말기 환자와 함께하면서 그 환자가 평화롭게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호스피스다.

 고통 중의 말기 환자가 평화롭게 임종을 맞는다는 것은 곧 환자 자신에게 다가온 죽음을 책임감 있는 의식을 가지고 기꺼이 받아들임으로써 기꺼이 하느님께 나아간다는 의미이다. 이런 면에서 호스피스 활동은 환자 자신의 실존을 완전히 변화시켜 하느님께 기꺼이 나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진정한 의미의 영성적 활동인 셈이다.

 말기환자가 겪는 고통은 육체적인 것, 정신적인 것 구분 없이 시시각각으로 환자를 엄습해 온다고 한다. 그 고통이 너무 심하기에 내 앞에 다가온 실존적 죽음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 채 죽어가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생명을 다 살고 하느님께로 돌아갈 때 평화로운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 또 다른 구원된 모습일 텐데 그렇지 못한 모습이 주위를 너무 안타깝게 한다. 환자의 이러한 구원된 모습을 위한 노력이 바로 호스피스 활동일 것이다.

 환자가 극심한 육체적 고통이 있다면 그 고통을 완화시켜주는 의료적 처치도 필요하다. 그래서 비오 12세 교황은 "말기 환자의 고통을 경감시켜 주기 위해 진통제를 사용함으로써 그 환자의 생명이 어느 정도 단축될 위험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윤리적으로 정당하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고독함, 상실감 때문에 환자가 정신적으로 큰 혼란을 겪는다면 그러한 혼란과 정신적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노력 또한 호스피스의 주요 활동이다. 병상의 온갖 고통에서 벗어나 지금의 내 삶을 감사하고 다가온 죽음을 평화로이 받아들임으로써 그 환자는 또 다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 아니겠는가. 호스피스는 이렇게 `죽어가는 임종 환자를 새롭게 탄생시키는 또 하나의 산파`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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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7-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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