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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꽃들에게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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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의 기도`라는 글 첫머리에 "아이들을 이해하고 아이들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묻는 말에 일일이 친절하게 대답하도록 도와주소서"라는 내용이 있다. 그 내용을 보면서 이 기도는 어머니의 기도일 뿐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절실히 필요한 기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이들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묻는 말에 일일이 친절하게 대답을 해 주는 일은 쉽지 않고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특히 말이 트이기 시작한 네 살 아이들 질문에는 황당한 것이 많고, 똑같은 질문을 계속 반복하면 대답하기가 귀찮아 건성으로 대할 때가 많다.

 어느 날 점심시간이었다. 점심을 다 먹은 아이들에게 "숟가락 젓가락 정리하세요"하고 말했더니 민이가 "젓가락 아닌데요"하고 대답했다. 그 말이 그다지 중요하게 들리지 않았고 바쁜 상황이라 그냥 지나치려고 했는데 민이가 계속 따라 다니면서 "젓가락 아닌데요"하고 말했다. 그제서야 뒤돌아보니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것은 포크였던 것이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너무나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는 민이를 보는 순간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민이야, 미안해. 수녀님이 잘못했어"하는 말을 듣고서야 민이는 수저통을 정리했다.

 다음 날도 습관처럼 "숟가락 젓가락 정리하세요"하고 말을 했는데, 그때마다 한 번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따라 다니면서 "젓가락 아닌데요"하고 말하는 민이를 보면서 말 한마디라도 허투루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어른의 실수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실수에 대해 큰 것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다만 "미안해. 잘못했어. 다음에 조심할게"하고 말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내가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미안해, 괜찮아, 할 수 있어"이다. 내가 뭔가 잘못했을 때는 "미안해"하고 말하고, 아이들이 실수를 했을 때는 "괜찮아"하고 말한다. 네 살 된 아이들이 뭐든지 스스로 해보려고 애를 쓰다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쉽게 포기해 버리고 울상이 되는데 그때마다 바로 도와주기보다 "할 수 있어"하고 용기를 주면 아이들 얼굴이 금방 환해진다.

 별아기, 엄지공주, 어린왕자, 피터팬, 신데렐라, 무지개물고기, 꽃들에게 희망을은 우리 어린이집 반 이름이다. 동화 제목으로 지은 이름인데 언제 들어도 기분 좋다. 모두 희망을 주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나도 봄처럼 동화처럼 언제나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날마다 아이들 두 볼을 비비며 까만 눈동자를 향해 축복 기도를 해 주고 싶다. 봄의 꽃과 나무들이 가을이 되면 탐스런 열매를 맺듯이 우리 아이들 인생에도 향기 나는 꽃이 피고 좋은 열매가 많이 맺히게 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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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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