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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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나도 존중받고 싶어요!

윤인재 수녀(대구가톨릭대부설 어린이집, 예수성심전교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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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차를 타는 현이의 표정을 보니 너무 화가 나 있었다. 아침부터 뭐가 그리 못마땅한지 엄마를 향해 매서운 눈초리를 한 얼굴로 인사도 하지 않았다. 평소 우리 어린이집에서 `잰틀맨`이라고 불릴 정도로 예의가 바르고 말 한마디도 예쁘게 해서 늘 칭찬받는 아이였기에 그 모습이 더욱 놀라웠다.
 엄마와 헤어지고 난 뒤 차안에서 아침에 속상한 일이 있었냐고 물어봤더니 입고 싶지 않은 옷을 엄마가 억지로 입혀서 화가 났다고 했다. "그럼 현이는 어떤 옷을 입고 싶었어?"하고 물어보니 노란 옷을 입고 싶었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요즘 현이는 미술활동을 할 때 노란색만 골라서 작업을 했던 기억이 났다.
 현이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3살만 되면 "내꺼야"하며 자기 물건에 집착을 보이기 시작하고 좋은 것과 싫은 것이 분명해진다. 그러나 그 좋아하는 것에 대한 집착이 그리 오래 가지는 않고 자기가 원하는 만큼 채워지면 또 다른 것으로 관심을 돌리기에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닌데 부모들은 아이가 어느 한 곳에 집착을 보이기 시작하면 성급하게 그것을 고치려고 하거나 못하게 하는 경우가 있어서 아이들과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렇게 부모들은 아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예사롭게 여기고 존중해 주지 않으면서 부모가 원하는 것은 아주 쉽게 요구하는 것 같다.
 아이들은 자기가 주운 작은 돌멩이 하나, 뭘 만들었는지 알아볼 수도 없는 작품들, 스티커 하나에도 두 눈이 반짝거리고 어쩌다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무슨 보물을 잃은 것처럼 슬퍼한다. 이렇듯 이제 막 세상을 향해 눈을 뜨기 시작한 아이들은 자신이 경험하는 것이 최고의 것이라 여기기에 어른들 눈에는 보잘 것 없는 것이라 해도 존중 받고 싶어 하고 누군가 존중해준다고 느낄 때 가장 행복해 한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느 때 보다 가족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표현하며 그 존재의 소중함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때 가장 값진 선물은 서로에 대한 `존중`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그 존중은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기에 어린 아이들이라 해도 예외는 될 수 없을 것이다.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아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 그것이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 해도 같이 눈을 반짝거리며 존중해준다면 그 순간 그 아이는 세상에서 최고로 행복한 아이가 될 것이다.
 다이아나 루먼스의 「내가 만일 아이를 다시 키운다면」이라는 글의 전문에 이런 구절이 있어 묵상해 본다. "먼저 아이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집은 나중에 세우리라. 아이와 손가락 그림을 더 많이 그리고 손가락으로 명령하는 일은 덜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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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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