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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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생명을 키우는 교사

윤인재 수녀(대구가톨릭대부설 어린이집, 예수성심전교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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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소임을 하고 있을 때 함께 일하던 공익요원이 어느 날 창밖을 내다보며 "어린이집 교사들은 무슨 걱정이 있겠어요?"하며 부러운듯이 말했다. 그 공익요원은 바로 옆 어린이집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해맑게 뛰어 노는 모습만 보았으니 그런 말을 할 법도 하지만 나는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지금 함께 일하는 교사들도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 이해를 받지 못해서 속상할 때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늦게 퇴근을 하면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 그렇게 많냐고, 아이들하고 놀아주기만 하면 되지 않냐고 말하면서 어린이집 교사들이 아주 편하게 일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지난주에 우리 반에 새로운 아이가 들어 왔는데 부모 맞벌이로 할머니가 키우는 아이였다. 그 할머니는 나를 보더니 "선생님, 어찌 이 어려운 공부를 했습니까? 아이 키우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데…"하고 말씀하시며 존경스럽다는듯이 바라보았다. 그 할머니는 손자 키우는 일이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어떤 일에 대해 경험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이해는 천지차이인 것 같다.
 그러나 교사들이 제일 힘든 순간은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에게 이해를 받지 못할 때다. 특히 부모들이 교사를 신뢰해 주지 않을 때는 무척 마음이 아프고 속상하다.
 지난해 이맘 때 학기 중에 들어온 남자 아이가 둘 있었는데 그 두 아이는 다 낮잠을 자지 않으려고 했다. 그때 한 아이 엄마는 나에게 전적인 신뢰를 보이며 모든 것을 맡기는 태도를 보였는데 다른 한 아이 엄마는 아이가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지나치게 불안해하며 그것이 마치 교사의 책임인냥 못미더워 하더니 결국 한 달 만에 퇴소했다.
 최근, 그 아이는 엄마의 그런 태도로 인해 다른 어린이집에 가서도 한 달 만에 퇴소하기를 반복하고 교사들에게도 많은 피해를 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교사를 믿어주고 기다려준 엄마 덕분에 한 아이는 지금 아주 즐겁게 어린이집 생활을 하고 있다.
 어떤 부모들은 아이들이 물활론적 사고를 하고, 현실과 생각을 구분하지 못해 거짓말과 같은 말을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아이가 하는 말만 믿고 교사를 의심할 때면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가 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 그런 일을 겪으면 교사들은 사기가 뚝 떨어진다.
 그러나 교사들은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생명을 키우는 일에 정성을 다한다. 내가 아프다는 흉내만 내도 고사리 같은 두 손으로 머리를 짚어주는 아이들이 그 이상의 위안을 주고, 하는 일은 많은데 교사들에 대한 처우개선은 박하기만한 현실에 투정을 부리다가도 결국엔 아이들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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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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