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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15분 친구들'' 속사정에 "아차!"

차풍신부(의정부교구 청소년사목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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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본당에서 청소년사목을 할 때 주일 오전 9시에 청소년 미사가 있었다. 그런데 매번 강론을 시작할 무렵인 9시 15분을 넘겨 슬금슬금 미사에 들어오는 아이들이 있었다. 어느 본당이나 이런 `지각쟁이` 아이들은 꼭 있다.
 당시 지각하는 아이들을 `15분 친구들`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처음에 그냥 농담처럼 웃고 넘어가니 늦게 오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났다. 더구나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어느 날 아이들이 매번 늦게 오는 이유가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어봤다. 아이들이 쉬는 날 일찍 일어나 성당에 오기가 어렵다고 대답할 줄 알았는데 웬걸,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아이들은 미사시간에 정확히 맞춰 나오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매번 지각을 하는지 더 궁금해졌다.
 아이들은 5분 일찍 와서 가만히 혼자 앉아 있는 게 너무 지겹다고 털어놨다. 특히 주일학교에 오지 않거나 어느 단체에 속하지 않은 아이들의 경우 침묵 중에 5분 이상 홀로 앉아있는 것을 상당히 힘들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른들이 쉽게 간과할 수 있는 5분이 아이들에게는 두려운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아이들은 그 시간을 피해 미사에 참례하겠다고 나름의 방법을 강구한 것이었다. 오히려 기특한 노릇이었다.
 그래서 매 주일 관찰을 하기 시작했다. 미사 시작하기 전 일찍 온 아이들 대부분은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거나, 혼자 고개를 숙이고 있거나, 주보만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일찌감치 성당에 도착한 아이들은 교사나 사목자의 무관심 속에 외롭게 방치돼 있었던 것이다. 어느 누구도 다가가 아이들과 함께 있어주지 않았다. 이런 사정도 모르고 괜스레 아이들을 타박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 길로 고등학생들을 모아 `환영부`라는 단체를 급하게 꾸렸다. 환영부 선배들은 혼자 먼저 온 아이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주고, 반갑게 인사하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몇 개월이 지나자 어느 정도 성과가 나타났다. 고등학생 선배들도 환영봉사(?)에 재미를 붙여갔고, 홀로 외롭게 미사를 기다리는 친구들도 사라졌다.
 아이들에게 이유 없는 행동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아이들이 미사에 더 잘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어른들의 관심과 열렬한 환영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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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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