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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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소통"이 해법이다

최병조 신부(수원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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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원곡본당 주임신부로 있을 때 일이다. 관할 구역에 살고 있는 많은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한국어 교실을 열기로 했다. 교사 2명, 이주노동자 30명을 모집해 야심차게 한국어 교실을 열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수업에 빠지는 이주노동자가 늘어났고, 첫 학기가 끝났을 때는 고작 5명만이 남았다.
 출석률이 급격히 낮아진 원인을 찾아보니 이주노동자들이 공부를 하기에는 주변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나라 기업은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식으로 주어진 일감을 야근과 주일근무를 통해 마무리하려 한다. 이런 작업환경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좀처럼 시간을 내기가 힘들고, 더구나 주일에 공부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이주노동자는 한국어를 배워야 하고 기업도 책임감을 갖고 한국말을 가르쳐야 하는 이유가 있다.
 어떤 기업주가 나에게 여러 국적 이주노동자들을 데려와 하소연을 했다. 작업현장에 필리핀인이 가장 많은데, 나이지리아인과 서로 다투는 일이 잦다고 했다. 그들에게 자초지종을 들어봤더니 싸움 원인은 다수를 차지하는 필리핀 노동자와 다른 국가 노동자 간 힘겨루기였다.
 일단 숫자에서 밀려 심기가 불편했던 나이지리아인들은 필리핀인들 문화를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말이 안 통하니 갈등은 깊어지기만 했다. 결국 한 나이지리아인이 지저분하게 샤워장을 쓰는 필리핀인에게 압력을 가했고, 결과적으로 일 대 여러 명 싸움으로 번진 것이다.
 나는 먼저 필리핀인들에게 "처지를 바꿔 너희가 소수라면 위협을 느끼지 않겠냐"고 물으며 나이지리아 친구 편을 들어줬고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은 정당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로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며 중재한 결과 화해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주사목을 하고 있는 동료사제에게 들은 안타까운 이야기가 있다. 어떤 이주노동자가 산재를 당했는데 사고를 당한 이유가 언어 때문이었다. 공장장이 이주노동자에게 (기계를) "꺼!"라고 지시했지만 그는 "켜!"로 잘못 알아들어 손이 잘리는 끔찍한 사고를 당한 것이다.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일어난 사고로 정형외과에 입원하는 이주노동자가 꽤 많다. 가끔 정형외과를 방문하는데 잘린 손을 흔드는 이주노동자들을 보며 마음이 쓰릴 때가 많다.
 앞서 소개한 두 가지 사건과 사고 모두 말이 잘 통하고 소통만 원활하게 이뤄졌다면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 이주노동자들은 문화와 인종 차이뿐 아니라 언어 문제로 작업장에서 많은 갈등과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는 이들을 파란 풀밭으로 인도해야 한다. 사업주와 지역 본당이 나서 언어를 배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소통`은 다문화시대를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는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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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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