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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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때도 좋았지만, 지금도 좋아!」 발간한 한비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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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작가이자 국제 구호 활동가 한비야(비아·67)씨가 오랜만에 ‘여행의 언어’로 독자 앞에 섰다. 긴급구호 현장과 대학 강단을 누비며 잠시 접어두었던 이야기를, 5년 만의 신간 「그때도 좋았지만, 지금도 좋아!」에 담아 다시 펼쳐 보인다.


20대에 배낭 하나 메고 세계 오지를 걸으며 ‘바람의 딸’로 이름을 알렸던 그는 한동안 여행 관련 주제를 조심스레 멀리했다. “사람을 살리러 뛰어다니는 일이 놀러 다니는 것처럼 보일까 봐”였다.


전환점은 지난해 네팔 산길에서 들은 한마디였다. “한번 바람의 딸이면 영원한 바람의 딸이죠.”


그 말이 가슴 한가운데에 꽂히며, 그동안 잠들어 있던 감각을 깨웠다. “차곡차곡 쌓여 있던 물이 마지막 한 바가지를 만나 넘치는 느낌이었다”는 고백처럼, 억눌러두었던 이야기의 뚜껑이 열린 순간이었다. 그렇게 열한 번째 작품이 시작됐다.


이번 책은 전작 ‘바람의 딸’ 시리즈와 결이 다르다. 40년 차 지구 여행자로서의 관찰과 노하우는 유효하지만, 문장과 시선은 한층 부드럽고 느긋해졌다. 인생 후반부에 배운 ‘천천히 걷는 법’, ‘나눔의 기쁨’, ‘배움의 지속성’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고, 여행지에서의 작은 선행과 일상의 유머가 ‘하루에 한 사람 기쁘게 하기’라는 실천적 태도로 정리된다.


“이 책의 가장 큰 의미는 ‘돌아온 바람의 딸’이라는 점이에요. 그때의 제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긴급구호도, 대학 교수도, 시민교육도 없었을 거예요. ”


한 씨는 이번 책을 ‘하느님과의 공저’라고 말한다. “하느님께 기도하고 결재받아 시작했고, 쓰는 내내 개입하셨고, 제목까지 기도 중에 불러주셨으니 함께 쓰신 거라 할 수 있죠.” 


평소 글이 막힐 때마다 기도한다는 그는 집필 초반 제목을 고민하던 중, 기도하면서 느낌표까지 붙은 제목이 명확하게 떠올랐다고 했다. 구약성경 코헬렛 3장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에서 착안한 제목에는 ‘하느님이 주신 자연의 계절뿐 아니라 인간의 계절도 충분히 제대로 살고 싶다’는 바람이 담겼다.


책의 출발점인 ‘은퇴한 경주마가 걷는 법을 다시 배우는 이야기’는 세계를 걷고, 재난 현장을 다니고, 50대에 학생들을 가르치고 60대에 박사 학위를 받은 그의 여정과 포개진다. 이는 ‘충분히 달려왔다면, 이제는 나를 위한 걸음을 배울 때’라는 문장으로 정리된다. 경쟁에, 속도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건네지는 조언일 수 있다.


중년 세대가 흔히 던지는 “이 나이에 뭘?”이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시선을 바로잡는다.


“‘이 나이에?’는 살아온 날 중 가장 나이 많은 나만 보는 거예요. 반대로 미래를 보면, 살아갈 날 중 가장 젊은 날이 오늘이에요. ‘이 나이가 어때서!’라는 마음으로 살면 됩니다. 어느 쪽을 보느냐에 따라 삶은 완전히 달라지죠.”


그의 앞으로의 계획도 선명하다. 70세쯤에는 구호 현장에서 만난 하느님에 대한 신앙 서적을 쓰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냉담 신자들이 다시 ‘온담’ 신자가 되도록 돕는 일에도 마음이 끌린다”며 “하느님께서 언젠가 시키시면 기쁘게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책이 “가톨릭신자들에게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독자들이 비야 언니, 비야 친구와 따뜻한 오후에 차 한잔 마시며 이야기 나누듯 편하게 읽어줬으면 합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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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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