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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 산책] 레오나르도 다빈치 <성모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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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으로 긴 화면이 안정감을 주는 평화로운 그림입니다. 멀리 중앙에는 푸르스름 어렴풋이 보이는 뾰족한 산이 무한의 공간을 열어 주고, 전경에는 작은 꽃들이 만발한 꽃밭이 정교하게 짠 페르시안 카펫과 같이 펼쳐져 있습니다.


우측에는 르네상스 양식의 웅장한 저택이 있는데, 열린 문틈으로 붉은 침대보가 씌워진 친밀한 공간이 들여다보입니다. 지붕 있는 복도 로지아(loggia)에는 정교하게 조각된 탁자가 있고, 마리아는 성경 위에 살포시 손가락을 짚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여 집중하고 있는 순간, 천상에서 가브리엘 대천사가 찾아왔습니다. 붉은 드레스에 흰 상의 그리고 카키색 망토를 휘날리는 고상하고 어여쁜 천사는 날개를 채 접지도 않고, 손에는 성모의 순결을 상징하는 백합 한 송이를 든 모습입니다. 


마리아의 살짝 들어 올린 왼손에서는 예측하지 못한 방문과 전해 주는 소식에 놀라워하는 심적 동요가 전해집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


에덴동산을 연상시키는 정원은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화면 중경에 낮은 벽이 있고 그 뒤로 각양각색의 모양을 한 검은 실루엣의 나무들이 마치 앞의 마리아를 보호하는 병풍같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이는 중세 시대부터 널리 알려진 성모의 ‘무염시태’ 신비를 의미하는 ‘닫힌 정원(hortus conclusus)’ 비유로 “닫힌 정원은 나의 누이, 나의 신부…”(아가 4,12 참조)에서 유래되었고, 주로 장미 정원에 있는 성모자의 모습으로 그려졌습니다. 


아직 20세인 레오나르도의 초기작이어서 머리 주위의 후광을 표현했는데, 점차 과학적인 시선이 지배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후광은 등장하지 않게 됩니다.


‘성모영보’의 신비로운 순간, 천사와 마리아 간 주고받은 깊은 영적 대화의 순간을 청년 화가가 이리도 감동적으로 포착하다니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전성기를 대표하는 3대 거장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빈치 중에서도 미술, 과학, 식물학, 건축, 해부학 등의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든 진정한 천재 다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의 섬세하고 고전적인 매력이 두드러지는 걸작입니다.


크나큰 영광이지만 한 여인의 몸으로 감당하기 버거운 십자가의 운명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마리아. 이제 구약의 아담과 이브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신약의 아담과 이브, 구원의 희망을 알립니다. “거룩하신 성령님이여, 부족한 제 마음에도 임하소서.”



글 _ 박혜원 소피아(서울가톨릭미술가회 회장)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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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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