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지도 춥지도 않은 10월에는 특히 많은 신앙인이 성지순례에 나선다. 무엇이든 아는 만큼 보고 느낄 수 있는 법. 순례길에 나서기 전 신앙 선조들의 삶과 당시 시대상을 책으로 먼저 되새겨보면 어떨까.
순례길 떠나는 이들에게 – 성지에서 전하는 이야기 / 강석진 신부 / 바오
한국 천주교회의 뿌리 찾고
신앙 선조들의 고난과 희생
순례자의 시선으로 안내
“이러한 만남은 결국 순교자의 신앙과 발을 맞추는 것이며, 결국 그리스도와 일치하는 삶이며, 순교자의 원형이신 그리스도를 닮은 삶이 되는 것입니다.”(321쪽)
「순례길 떠나는 이들에게」는 한국 천주교회의 뿌리를 찾고, 순교를 통해 신앙의 씨앗을 뿌린 신앙 선조들의 고난과 희생을 오늘날 순례자의 시선으로 새롭게 묵상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최여겸 마티아 수도원장이면서 전주교구 개갑순교성지 담당인 강석진(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신부가 교우촌의 삶, 박해시대의 신앙 고백, 순교자의 영성과 성해 공경 등 다양한 주제를 편안한 이야기체로 풀어썼다. 특히 신앙 선조들의 삶을 단순히 기록한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의 기도와 삶 속에서 녹여낼 수 있도록 안내한다.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시간의 길을 걷다’에서는 과거 시대적 상황과 당시 신앙 선조들의 삶을 돌아보고, 제2부 ‘사랑의 길을 걷다’에서는 평등·나눔·헌신·열정·어른됨·신앙의 표징에 대한 내용과 함께 배교와 밀고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제3부 ‘부르심의 길을 걷다’에서는 좋은 교우의 삶에 영향을 받은 좋은 사제들이 신자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야기를 담았고, 제4부 ‘순교에 대한 짧은 단상’에서는 순교·순교자·순교자 신심·순교 영성 등에 대한 저자의 고민과 성찰을 기록했다.
강 신부는 “신앙 선조들의 삶과 신앙을 조금이라도 알고 오신 분들의 경우에는 순례하는 모습이 무척 다르고 기도하는 순례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며 “성지순례를 준비하거나 순례길을 걷는 동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책을 집필하게 됐다”고 전했다.
순교자들은 아름다워라 / 배승록 신부 / 기쁜소식
신앙 선조들의 모범적 삶과
과거 박해의 순간 되짚어
순교자 가족과 후손 기록
“초창기 한국 천주교회는 ‘갓 태어난 교회, 박해받는 교회, 긴박했던 교회’였고, ‘성직자가 없는 교회’였다. 50여 년 동안 성직자가 없는 평신도들에 의해서 이끌어진 천주교회였다. (중략) 한국 천주교회는 출발과 함께 10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박해’를 받았다.”(12쪽)
우리가 국내 성지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순교자는 ‘평신도’다. 103위 성인의 경우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10명의 외국인 사제와 김대건 신부를 제외하면 모두 평신도이고, 124위 복자는 주문모 신부와 123명의 평신도로 이루어져 있다.
「순교자들은 아름다워라」는 모범이 된 신앙 선조들의 삶과 과거 박해의 순간을 되짚으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축복된 시간을 깨닫게 한다. 솔뫼 피정의 집 관장을 지낸 대전교구 배승록(계룡본당 주임) 신부가 엮었다.
배 신부는 “제일 높은 단계는 예수님과 관련된 성지이고, 그 다음으로 성모님이나 성인 또는 순교자 관련 사적지나 순례지가 있는 성지지만, 순교자들 안에서는 누가 더 위고 누가 더 아래라고 말할 수 없다”며 “하느님을 포기하지 못해서 이 세상에서 바보가 되고 어리석은 사람들이 된 분들이 우리의 자랑스러운 신앙의 순교 선조들”이라고 강조했다.
책에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순교자들의 가족과 후손을 기록했고, 순교자들의 가계(家系)도 수록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