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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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나는 어떤 기도를 하는가

김기형 요셉 (공학박사, 인천환경공단 청라사업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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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란 무엇일까? 기도는 내 말을 하느님이 들으시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내가 듣는 것이다. 내 마음이 고요해질 때까지 참고 기다린 후 하느님 말씀을 듣는 것이 기도다.

기도 잘하는 것, 쉽지 않다. 심지어 예수님과 함께 지냈던 제자들 역시 기도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예수님께 기도하는 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이때 예수님이 알려주신 기도가 ‘주님의 기도’다. 주님의 기도는 하느님이신 예수님이 직접 가르쳐주신 것이고, 기도의 핵심과 정답이 들어있다.

주님의 기도 첫 부분은 하느님께 대한 감사와 찬미이고, 둘째 부분은 바람과 청원이다. 우리는 기도할 때 먼저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려야 한다. 내 뜻보다 먼저 하느님 뜻이 이 세상과 우리 안에 이루어지길 기도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바라는 바를 청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주님께 기도를 바칠 때면 주님에 대한 감사와 찬미는 생략하고 나와 가족을 위한 지향만 주로 하게 된다. ‘이번 승진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보살펴 주세요’, ‘군입대 하는 아들이 다치지 않고 무사히 군 생활을 마칠 수 있도록 보살펴 주세요’ 등이다.

그러던 중 아들이 대학 수능을 앞둔 시점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100일 기도를 하게 되었다. “주님, 제 아들이 무탈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보살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아들이 대학에 떨어져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고등학교 졸업 후 아들이 교리교사로 봉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세요.” 나의 기도지향이었다.

어릴 때부터 허약하고 체구가 작아 학교에서 왕따와 집단 구타까지 당했던 아들이 세례를 받고 고3이 될 때까지 탈 없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주님 사랑과 은총, 교리교사들의 보살핌 덕분이었다. 그래서 아들도 교리교사를 통해 본인의 신앙심 배양은 물론, 성당 초중고 학생들에게 주님 사랑을 전해주기를 바랐다. 주님은 나의 기도를 들어주시어 아들은 대학 4년 내내 매주 여수와 인천을 오가며 교리교사를 했고, 대학원 졸업을 앞둔 지금까지도 하고 있다.

그렇게 여수와 인천을 오가며 교리교사를 하던 아들이 4학년 때 충격적인 이야기를 했다. “동갑내기 여자 친구가 임신했어요. 교리교사이고 결혼도 안 한 제가 여자 친구를 임신하게 한 건 제 탓인데, 아기를 지울 순 없을 거 같아요. 어쩌면 좋아요?”

그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군대도 다녀오지 않은 24살 아들과 동갑내기 여자 친구가 부모가 된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기도 외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아내와 나는 몇 날 며칠을 간절히 기도했다. “철없는 어린 애들이 임신했어요. 주님, 어쩌면 좋죠? 답을 주세요.”

그렇게 간절한 기도 끝에 주님께서 아내와 나에게 응답을 주셨다. “그 어린아이들도 나의 사랑스러운 딸이고 아들이다. 철없는 아이들이 어떻게 부모 노릇을 하겠느냐는 것은 너만의 걱정이다. 나를 믿어라.” 눈물이 났다. 아들이 교리교사를 하겠다고 했을 때보다 더 감사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주님, 주님을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주님 뜻에 따르겠습니다.”

지난해 3월 건강한 손자가 생겼고 잘 성장하고 있다. 부모가 된 어린아이들(?)은 다양한 혜택을 받아 전셋집도 장만했고, 며느리는 졸업 후 바로 취업도 했다. 늘 철없다고 생각했던 아들은 대학원을 다니며 가장 역할을 잘하고 있고 군입대 대신 병역특례업체 연구원으로 선발되었다.

주님을 향한 끊임없는 기도를 통해 주님 말씀을 듣자. 그러기 위해 주님 안에 머무르고 주님 말씀이 내 안에 머무르게 하자. 그러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고, 그것이 곧 주님 뜻임을 알고 늘 감사할 수 있다.

“너희가 내 안에 머무르고 내 말이 너희 안에 머무르면, 너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청하여라.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요한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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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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