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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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종합검진의 명암(明暗)

임선희 마리아(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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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건강검진의 계절이다. 검진에 철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나 미루고 미루다가 연말에 건강검진 기관을 찾는 사람이 많다. 우리 정부는 생후 14일 이상인 국민 모두에게 무료로 국가검진을 제공하고 있는데,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그보다 훨씬 많은 항목을 보는, 고가의 종합검진을 추가로 받고 있는듯하다.

건강검진의 취지는 질병이 시작되었지만 증상이 나타나기 전, 조기에 질병을 진단하여 신속히 치료를 하거나, 혹은 발병 위험이 높은 사람을 찾아내 발병을 예방함으로써 건강을 유지·증진하는 것이다. 이에 비추어 보면, 모든 질환에서 검진이 유용한 것은 아니며 현재 종합검진이라는 이름 하에 시행되는 모든 검사가 타당한 것도 아니다.

일단 조기 발견 시 치료법이 있는 질병에서만 검진은 유용하다. 그렇지 않다면 환자로 사는 세월만 길어질 뿐이다. 또 판정에 불확실성이 있다면, 일례로 병에 걸린 건 아니지만 100 정상이라 할 수도 없는 경우 “아는 게 병”인 상황이 되어 이후 몇 년 동안, 때로는 남은 평생, 아픈 데가 없어도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각종 검사를 받는 사례가 흔하다. 의사들도 완벽히 정상이 아닌 검사결과를 보고 걱정 말라고 조언하기란 어려워 여러 검사를 추가 처방하게 된다. 최근에는 질환 발생 위험을 ‘예측’해 준다는 유전자 검사까지 등장하면서 이러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또 종합검진을 자주 받으면 검사 자체의 부작용을 더 빈번히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방사선 과다 노출, 내시경 중 장 천공 등)

그런데도 종합검진은 왜 그렇게 많이 시행되는 걸까? 의료의 특성 자체가 그렇듯 건강검진 시장에서도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 전문가와 검진기관들이 셀 수 없이 많은 검사를 매력적으로 포장하여 ‘판촉’하니, 소비자는 그들을 믿고, 검진이 유익하겠거니 기대하며 ‘구매’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부적절한 검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공급자인 의료계가 먼저 변화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사실 최고 의학연구자들의 명예의 전당 격인 대한민국 의학한림원은 이미 부적절한 검진에 우려를 표명하며, ‘현명한 선택’이라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현명한 선택’은 불필요한 진단 및 치료가 환자에게 이익을 주기보다는 불안감과 부작용 등으로 인한 위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 하에, 의사와 환자가 의사 소통을 하여 환자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현명하게 선택함으로써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검진에 관련된 현명한 선택 권고안으로는 단순 검진 목적으로 건강인에게 갑상선 초음파, 뇌 자기공명검사(MRI), 폐 전산화 단층촬영(CT) 등을 하지 말자는 내용 등이 있다. 참고로 50대 예방의학 전문의인 본인은 별도의 종합검진은 받아본 적이 없고, 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기본 검진에, 가족력을 감안한 혈액 검사 2종만을 추가로 받고 있다. 공단 기본 검진은 조기 진단 시 치료법이 있으면서 방치하면 결과가 심각한 질환만을 다루고 있으며, 의학적 근거가 탄탄하여 검진 결과 판정에 불확실성이 거의 없어 검진의 취지에 딱 부합한다.

과잉 검진을 포함한 과잉 의료라는 복잡한 현상의 원인과 결과를 제한된 지면에서 모두 풀어낼 수 없는 아쉬움을 담아, 내부자로서 과잉 의료의 문제점을 통렬하게 비판한 「히포크라시 : 히포크라테스를 배신한 현대 의학」(레이첼 부크바인더, 이언 해리스)이라는 책을 권해본다.

임선희 마리아(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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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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