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80년을 맞은 한반도는 여전히 긴장 속에 놓여 있으며 남북 대화의 문도 열리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평화의 장인과 가톨릭 공동체’를 주제로 한반도평화나눔포럼을 개최한 것은 교회의 평화 사명을 다시 확인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올해로 10회를 맞은 포럼은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주제로 다룬 국제학술회의로, 국내외 평화 활동가와 연구자들의 오랜 경험과 깊은 성찰을 통해 평화에 대한 인식과 시야를 넓혀왔다.
올해 포럼에서 참가자들은 평화가 인내와 헌신을 요구하는 긴 여정임을 일깨우며, 그 중심에 교회가 굳건히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분단과 대립이 일상화된 현실에서 비폭력·정의·사랑·평화를 강조하는 교회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신자들이 일상에서 ‘평화의 장인’으로 살아가도록 돕는 것 또한 교회의 중요한 역할이다. 특히 젊은 세대가 평화를 현실적 과제로 인식할 수 있도록 보다 포용적이고 새로운 틀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는 한국 교회에 던져진 중요한 과제다.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한 교회의 소명은 분명하다. 공적 담론에서 교회가 먼저 다리를 놓고 희망을 북돋우며, 평화를 이루는 일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 교회가 평화의 언어를 말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평화 실천에 앞장설 때, 평화는 비로소 우리 삶의 구체적 목표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교회 내 신자 교육에서부터 지역 사회, 국제평화운동과의 연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원의 노력이 확대돼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모든 이가 자신의 자리에서 평화를 선택하도록 이끌 때, 비로소 진정한 평화의 희망이 움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