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자가 타종교인 및 무교인보다 통일의 필요성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북한을 협력대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부위원장 정수용 이냐시오 신부, 이하 서울 민화위)는 11월 26일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진리관에서 ‘2022 한반도평화나눔포럼’을 열고 이 같은 조사내용을 발표했다. ▶관련기사 8면
서울 민화위 부설 평화나눔연구소(소장 홍용표 프란치스코)는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서치 앤 리서치를 통해 지난 10월 천주교, 개신교, 불교, 무교를 포함한 1100명과 천주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평화의식을 조사했다. 통일의 필요성, 남북한의 미래 형태, 통일로 인한 국가와 개인의 이익, 북한이 어떤 대상인지, 반성해야 할 주체가 누구인지, 북한에 대한 용서 여부 등이 항목에 포함됐다. 다른 종교와 큰 차이를 보인 항목은 통일의 필요성에 동의한다는 답변이다. 가톨릭신자 49가 통일에 동의한다고 답해 불교(42), 무교(39)와 차이를 보였다.
북한을 협력대상으로 생각한다는 의견도 53로 전체 평균(40)을 웃돌았다. 반면 경계대상이라는 의견도 54에 달해 가톨릭 신자들이 통일에 대해 우호적이면서도 북한에 대한 적개심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반성의 주체를 묻는 질문에는 ‘남한과 북한이 똑같이 반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49로 가톨릭신자가 가장 높았다. 개신교는 북한이 더 반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54, 똑같이 반성해야 한다는 의견은 36에 그쳤다. 우리나라가 북한을 용서해야 한다는 질문에 무교인은 14가 동의했으나 가톨릭신자는 27로 두 배에 달했다.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조영호(요아킴) 교수는 “가톨릭신자들은 타종교인 및 무교인들에 비해 통일의 필요성과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과 태도를 보이는 반면 대북 적대적 태도는 낮은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남북의 화해와 용서, 그리고 반성에 관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종교 활동이 평화인식에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에는 대다수의 가톨릭신자들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조사됐다. 통일연구원 박주화 연구원은 “종교단체 안에서 평화를 논의한 경험이 많을수록 조화, 정의, 평등, 행복 등의 평화인식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는 성당에서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는 경험이 많을수록 평화에 대한 태도가 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합토론 시간에는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반도 화해를 위한 가톨릭의 역할을 모색했다.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이자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인 하영선 교수는 “북핵문제가 긴박한 문제임을 인식하고 신자들이 북핵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평화연구원 천해성 객원연구원은 “남북관계에 대해 우리 사회의 공생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사회와 학계, 민간단체, 정부가 힘을 모아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톨릭교회는 공식적인 문서, 포럼, 민족화해위원회의 활동 등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공감대 형성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