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1일 새벽,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인해 대피하라는 경계경보가 서울 지역 주민들에게 발송됐다. 오발령 논란을 불러온 해프닝으로 그쳤지만, 잠시나마 급박한 상황을 경험한 국민들 사이에 경직된 남북 관계를 체감케했다.
점점 더 간극이 벌어지고 있는 한반도의 상황. 태풍의 소용돌이 속에서 교회는 침묵 대신 ‘평화를 위한 기도’를 택했다. 십자가를 통해 이루신 그리스도의 평화가 바로 우리 믿음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김주영 시몬 주교)는 6월 25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을 맞아 ‘그리스도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을 다스리게 하십시오’(콜로 3,15)를 주제로 기도를 봉헌한다. 6월 17일부터 9일간 미사 전, 후에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를 봉헌하고 6월 17일부터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까지 매일 밤 9시에 주모경과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봉헌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의 역사는 6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5년 2월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북한교회를 침묵의 교회로 규정하고 ‘침묵의 교회를 위한 기도의 날’을 제정하고 미사를 봉헌했다. 이후 1992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로 이름을 바꾸고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에 방점을 뒀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의 전신은 1984년 설치된 북한선교부다. 1999년 민족화해위원회로 이름이 바뀌면서 위원회는 ‘한반도의 평화’에 초점을 맞추고 관련된 활동에 주력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를 필두로 각 교구에서 북한이탈주민 지원과 인식개선을 위한 평화캠페인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활동의 핵심이 되는 것은 기도다. 평화에 닿기 위해 선행돼야 할 것은 용서하고 화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기도는 참회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여정으로 우리를 이끌 수 있다.
북한과 인접한 의정부교구는 매주 토요일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토요기도회를 열고 있으며, 서울대교구도 1995년부터 주교좌명동성당에서 매주 화요일 오후 7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이밖에 광주·대구대교구, 대전·수원·의정부·인천·춘천교구 등도 평화기원 월례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한국천주교회의 민족 화해와 일치를 위한 평화기도 역사는 60년을 바라보고 있지만, 공동체 안에서 함께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여정은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북한과 관련된 정치적인 이슈가 터질 때면 교회 안에서 ‘한반도 평화’를 공론화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장 강주석(베드로) 신부는 “분열된 역사가 오래되면서 남남갈등도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게 지금 한국의 현실”이라며 “현장에서 신자들을 만나는 본당 민족화해분과장님들은 이런 문제로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토로하시면서 본당안에서 화해나 평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고 전했다.
각 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신부들은 평화를 위한 기도에 지향을 둬야 하는 것은 북한의 체제가 아닌 북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난한 이웃들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은 1997년 6대 종단 및 시민 단체와 함께 ‘북한 동포에게 옥수수 10만톤 보내기 운동’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며 “남북의 진정한 일치는 신앙적 희생을 밑거름으로 한 초월적 사랑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통일의 꿈을 현실로 만들려면 우리끼리 먼저 화해하고 일치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6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열린 주교현장체험에서 김주영 주교는 “남한과 북한의 관계가 경색되고 어려운 상황에 우리가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하느님의 힘을 믿는 것, 즉 기도의 힘을 믿는 것”이라며 “이 땅에 평화가 찾아오는 그날까지, 모든 신자들이 함께 기도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