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눈높이가 높은 것인가
"대학 등록금이 없다고요? 편의점에서 시간당 최저임금 4320원(2011년 기준)을 받으며 하루 8시간, 1년에 330일 쉬지 않고 일하면 1년 치 등록금 1000만 원을 벌 수 있어요."
어느 유명 개그 프로그램에 나온 등록금 버는 방법이다. 텔레비전을 시청한 청년들도 웃었겠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을 것이다. 수많은 청년이 이 시간에도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편의점과 커피전문점 등에서 일하거나, 안정된 직장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어렵사리 대학을 졸업해도 10 만이 이른바 좋은 직장에 들어간다. 나머지는 중소기업에 취업하거나 공무원 시험 준비, 혹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한다. 청년 실업자는 40만 명에 이른다.
취업해도 60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일한다. 안정된 직장인 대기업은 정규직 고용을 줄이고 나머지를 비정규직으로 채운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과 편의점 등의 일자리 역시 비정규직이다. 고용형태가 불안해 취업과 실업을 오가는 상황이 반복된다.
기성세대들은 "청년들 눈높이가 높다"는 말로 청년들 아픔을 외면한다. 혹은 "청년들이 게으르다"는 말로 꾸짖는다. 편의점에서 일하며 유통기한을 넘긴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청년들이 과연 게으른 것일까.

▲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대학생들.
학생들의 노력만으로는 좁은 취업문을 넓힐 수 없다.
일자리 를 늘리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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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업자와 취업 준비생, 구직 포기자를 전부 합치면 120만 명에 이른다. 취업 준비생이 늘어난 이유는 저임금,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는 불안한 직장 대신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려는 까닭이다. 안정된 직장을 갖고 결혼해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리는 게 과도한 꿈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이런 청년들의 바람과 달리 취업 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1993년 1000명 이상 대기업 취업률은 전체의 13.6를 차지했다. 반면, 2009년 대기업 취업률은 6.1에 불과하다. 내년에는 이마저도 줄어들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연히 좁은 문을 뚫기 위한 학생들의 스펙쌓기 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이다. 이러한 취업난에는 대기업들이 좋은 일자리를 줄여가는 현상이 한몫을 한다. 대학 졸업 후 어렵지 않게 대기업에 취직했던 20여 년 전과 지금은 분명히 다르다.
#좋은 일자리 창출 위한 합의 필요하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빵집과 편의점, 커피전문점 등을 살펴보자. 대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점은 정규직 채용이 줄어드는 반면, 비정규직 채용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곳에서 수많은 청년들이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최소한의 법적보호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편의점의 경우 최저임금을 못받는 경우가 80에 이르고 일주일을 일하면 하루는 유급휴가를 쓸 수 있는 주휴수당은 그 이름조차 생소하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주인 역시 편치 못하다. 가맹점주인 아버지 세대는 가게를 운영하며 대기업과의 이윤분배에서 불이익을 당한다. 여기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자식세대 역시 비정규직 형태로 일하며 고통을 받는다. 아버지세대와 자식세대가 함께 대기업에 착취당하는 꼴이다.
이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좋은 일자리만을 선호하는 청년들 인식 변화도 있어야 하겠지만,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한 사회 현실에서 청년들은 아무런 물적 기반도 없이 온몸으로 고통을 이겨내고 있다. 청년들만의 노력으로 안정적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대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수료를 전폭 인하해 점주들의 숨통을 틔어야 한다. 최저임금을 받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오히려 "돈 못버는 가맹점 사장님이 더 불쌍하다"는 말을 하는 현실이다. 점주들 상황이 좋아지면 아르바이트생들 처우도 좋아질 것이다. 대기업은 업무를 외주 하청업체에 맡기는 방식 역시 줄여야 한다. 이윤은 늘겠지만, 비정규직을 늘리는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노동시간 단축으로 청년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정부 역시 청년실업 문제를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능숙한 영어가 필요없는 사업장조차 토익 고득점자가 아니면 면접볼 기회를 주지 않는다. 무리한 스펙을 쌓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최저임금을 올리기 위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청년들 살림도 조금씩 펴질 수 있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야 한다. 취업으로 고통을 겪는 청년들 이야기를 대변해 줄 조직 역시 필요하다. 청년을 위한 노동조합이나 시민연대가 결성되면 이들의 권리를 위해 한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청년들 아픔은 우리 사회의 아픔인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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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 경(청년유니온 초대위원장)
정리=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강좌 다시듣기 : 부산평화방송(,
www.pbcbs.co.kr) `사랑이 있는 세상`(제작 남승혜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