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 신자의 시신은 가톨릭 신자의 손으로.`
이는 망자(亡者)를 떠나보내는 교회 전통이다. 죽음은 하느님께 돌아가는 여정의 시작이기에 가톨릭 정신이 담긴 상장례 절차를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한국교회는 연령회원들이 가톨릭 예식에 따라 마지막 길을 배웅할 것을 장려하고 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지난 8월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공포함에 따라 이러한 전통이 위기에 처할 상황이다. 시행령은 시신 운구와 염습, 입관 등 장례 전반을 진행하는 장례지도사를 국가자격증화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때문에 가톨릭교회에서 상장례지도사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민간자격증을 받은 사람도 새로 국가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한 전문가는 "빠르면 3년 안에 국가자격증 소지자 외에는 시신을 처리하지 못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교구도 있다. 서울대교구는 가톨릭대 성의교정 평생교육원에 장례지도사교육원을 개설해 가톨릭 상장례 자격증 소지자들이 국가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들은 50시간 교육을 받으면 국가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대전교구도 9월 성요셉장례지도사교육원을 설립한 뒤 수강생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대전교구는 교구 소속 교육생에게 교육비 일부를 지원하는 등 적극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교구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시행령에 따르면 교육기관은 총 연면적 80㎡ 이상, 학생 1명당 2㎡ 이상 전용강의실과 학생 40명당 전임강사 1명을 갖춰야 한다. 때문에 자체적으로 가톨릭 상장례교육을 실시했던 교구라 할지라도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교육을 지속하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전임강사 조달이 원활하지 않고, 자격증 취득 희망자 수가 일정하지 않아 교육 프로그램 운영이 어렵다.
이 분야 전문가들은 한국 천주교회 차원의 연합회가 결성돼야 한다고 말한다. 대전교구 가톨릭상장례교육원장 김석태 신부는 "관련 법이 개정될 때 가톨릭교회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통일된 의견을 개진하기 위해서, 또 의견의 호소력과 공신력을 갖기 위해서는 한국교회 차원의 위령연합회(연령연합회)를 결성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행령은 민간자격증 소지자의 국가자격증 취득을 인준하는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연령회원들 활동에 큰 제약은 없다. 그러나 점차 국가자격증 소지자의 권한 확대에 맞춰 법이 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은아 기자 euna@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