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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없는 회식, 허심탄회한 얘기가 술술

서울 단중독사목위 연말회식 참석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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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 없는 회식자리를 마련한 허근 신부(왼쪽 세 번째)와 알코올사목센터 관계자, 단주 중인 이들이 청량음료로 건배하고 있다.
 



 "자~ 건배!"
 `쨍~ 쨍쨍!`(잔 부딪히는 소리)

 2012년을 꼭 한 달 남겨둔 11월 30일 서울 명동의 한 중국음식점. 식당에 있는 모든 이의 시선이 `건배`를 외치는 이들의 잔으로 모인다. 그런데 좀 낯설다. 잔에는 술 대신 사이다 같은 음료수 뿐이다. 술 한 방울 마시지 않으면서 이어지는 대화는 모두 `술 얘기`다.

 이날 회식은 서울대교구 단중독사목위 알코올사목센터 관계자와 단주(斷酒)를 결심한 이들의 연말회식 풍경. 이 자리에는 센터장 허근 신부를 비롯한 센터 관계자, 금주 1년 3개월째에 접어든 김승동(마르첼리노, 회사원)씨와 안태모(사업가)씨 등 7명이 참석했다.

 기자는 대학에 입학한 뒤 술을 마시기 시작해 지난 15년간 각종 모임과 연말회식 때마다 술을 마셔왔다. 술 없는 연말회식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술을 좀 마신다는 친구들과 만나면 으레 `안주 나오기 전 소주 한두 병`은 기본이었다. 그래서일까,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는 이날 분위기에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센터 김지연(클라우디아) 실장은 "우리 알코올사목센터 회식은 별 게 아니라 그냥 평범한 저녁식사라고 보면 된다"며 "센터가 주최하는 모든 행사나 식사 자리에는 술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식 분위기를 주도한 이는 단주 14년째인 센터장 허근 신부. 허 신부는 "`부어라 마셔라`하던 우리나라 음주문화가 바뀌고 있다"며 "요즘은 술자리와 식사자리를 구분하는 경향이 있고, 술을 많이 마시면 회사에서도 감원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앞다퉈 음주 후 지각하거나 근무를 태만하게 하는 임직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는 것.

 IT사업을 하는 안태모씨는 "허 신부님 지도로 지난 3개월 동안 술을 끊었는데, 그 덕분인지 몸과 정신이 맑고 개운해 술을 마시기 전보다 사업이 더 잘 된다"고 웃음을 지었다. 그는 술을 마실 때보다 7배는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돼 사업이 번창하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자동차회사 영업사원인 김승동씨도 술을 끊고 새 인생을 살고 있다고 했다. 이제는 술 없는 대화가 더 재미있고, 기억에도 남아 더 유익하다는 경험담을 털어놨다. 술을 마셔야만 대화가 잘 된다는 얘기는 어불성설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술을 마시면 술을 더하려고 2차, 3차 갈 때가 많잖아요. 요즘도 2차, 3차 가는 건 똑같아요. 저녁식사에서 칠성주(사이다)를 마시며 1차, 커피숍에서 2차, 전통찻집에서 3차를 하지요. 분위기를 바꾸려 (술집 대신) 찻집을 옮겨 다녀요. 저녁 7시에 시작한 대화가 너무 재미 있어 새벽 1시까지 마신(?) 적도 있어요."(모두 웃음)

 술에 관한 일화는 계속됐다. 한 자리에서 소주 7병에 맥주 24병씩 `들이키던` 시절 이야기를 꺼낸 허 신부는 "신자들이 나에 대해 교구에 낸 탄원서가 보따리 세 뭉치 분량이었다"며 "단주하기까지 내 삶은 영성은커녕 이성과 감성을 모두 잃었을 정도로 중증 알코올중독자였다"고 고백했다.

 이날 회식에 참석한 단주자들은 술의 유혹과 전쟁을 벌이는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승진 회식자리나 축하연 등에서 축하주를 받지 않는 것이 가장 어려운 순간이었다고 했다. 술을 마시지 않는 방법은 △자신이 알코올중독자로 현재 단주 중이라는 사실 알리기 △부드럽게 술 거절하기 △술 자리 피하기 등이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 자기 상황을 솔직하게 토로한 이들의 술 없는 회식자리는 꼭 한 시간 반 만에 알차게 끝났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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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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