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윤 시인이 `홀로서기`에서 얘기하듯, 어쩌면 인생은 함께할 짝을 찾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운명적인 배우자를 찾기 위해 때로는 방황도 하고 고민도 하며 젊은 날들을 보냅니다. 서정윤 시인은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 만나는 것"이라며 서로가 만나기 위해서는 홀로 서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걸음마를 배우고 의사표현을 위해 말을 배우며 새로운 사회를 배우고, 공부를 하며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웁니다. 결국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배우고 익히는 모든 것은 배우자와 하나가 되기 위한 결혼 준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인간의 성장기는 배우자를 만나 새로운 가정을 꾸려나가기 위해 준비하는 것입니다. 사랑이란 홀로서기가 준비된 사람이 만나 서로를 위한 배려와 희생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사랑을 하면 오로지 상대방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놓는 헌신만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결혼은 인간에게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고 되돌릴 수 없는 사건입니다. 어른들이 결혼을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 일컫는 것은 인생을 함께할 배우자를 선택하고 결정할 때는 신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외적 조건에 매달려 사람을 바로 보지 못하는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 되며 이성적인 결정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성적 욕구에 휘말려 한순간의 실수로 미래의 모든 결정과 판단을 물거품으로 만든, 준비되지 못한 결혼은 자신을 초라하게 만듭니다. 미래를 올바로 설계하지 못하는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게 만들어 서로 신뢰하지 못하고 헤어지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많은 연예인들이 결혼 전 임신을 마치 혼수품이라고 포장해 부끄러운 것을 모르고 떠벌리는 모습을 배워서는 안 됩니다. 순백색 웨딩드레스를 더럽히는 어리석음으로 첫 단추를 잘못 끼워서는 안 됩니다.
올바른 인생관을 가진 젊은이로서 효행이 몸에 밴, 경제관념이 투철하고 희생하며 봉사할 줄 아는 사람을 선택한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상대방을 올바로 이해하고 알기 위해서는 친구들을 알아야 하고 집안 분위기와 취미, 사회활동에 대해서도 잘 알아봐야 합니다.
혼인성사는 하느님 은총의 끈으로 맺어지는, 결코 인간의 힘으로 풀리지 않는 불가해소성을 지니기에 맺음의 시작인 혼인서약은 거룩한 성전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주님의 은총 속에서 성령의 견고함인 견진성사를 통해 결혼을 준비해야 합니다.
결혼식은 외적 화려함보다 조촐하면서도 의미 있는 작은 결혼식이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배우자가 나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생각하기 전에 내가 배우자를 위해 무엇을 해줘야 하는가를 생각하며 결혼에 임해야 합니다. 혼인 전날에는 잠자리에 들기 전, 결혼하고 나면 "나는 이런 남편(아내)이 되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써서 신혼 첫날밤에 함께 나누는 것도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혼인교육을 끝내고 수료증을 받아 갈 때마다 험한 세상에서 지금의 사랑을 지켜가며 제발 끝까지 잘 살아주기를 기도합니다.
사랑하는 신혼부부들이여!
부부는 한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되어 가는 과정`임을 절대 잊지 말
아야 합니다. 또한 여러분은 도로(道路)에 처음 나서는 초보운전자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여러분은 두렵고 긴장되고 떨리며 좌충우돌하며 이리저리 부딪히며 길들여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시간이 필요하고 반복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쉽게 포기하거나 자기 마음대로 한다면 초보운전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면허 정지나 취소를 당할 수 있습니다.
부부들이여! 힘을 내시고 용기 있게 당당하게 앞으로 전진하십시오. 여러분 뒤에는 주님께서 지키고 계시며 마리아와 요셉, 아기 예수의 성가정이 함께하실 것입니다. 여러분 가정에 주님 은총이 가득하길 기원하며 행복하고 거룩한 성가정을 이뤄가기를 기도합니다.

▲ 송영오 신부(수원교구 가정사목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