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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무로 묵주 만드는 성낙예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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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기쁜 마음으로 묵주를 만듭니다."
성낙예 할머니가 율무 씨앗으로 묵주를 만들고 있다.
 
  성낙예(엠마, 84, 서울 자양동본당) 할머니는 본당에서 `묵주 할머니`로 통한다. 십자가나 묵주 알이 없어도, 묵주 끈이 끊어져도 할머니 손만 거치면 새 묵주로 거듭난다.

 성 할머니가 묵주 수선에 나선 건 20여 년 전이다. 하느님을 위해 무언가 봉헌하고 싶었지만, 넉넉지 못한 살림살이에 드릴 게 없어 늘 마음 한구석이 아쉬웠다. 성 할머니는 지인들의 망가진 묵주를 보며 "묵주 수선으로 주님께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묵주 수선은 쉽지 않았다. 십자가나 묵주 알이 없어진 묵주는 직접 재료를 사다 끼워 넣었다. 끈이 끊어진 묵주는 돋보기를 끼고 실로 하나하나 꿰었다. 성 할머니는 "특별히 손재주가 있는 것도 아닌데 정성을 들이다 보니 실력이 조금씩 늘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묵주 고치기를 1년, "묵주를 직접 만들어 필요한 이들에게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묵주알 재료를 고민하던 할머니 눈에 띈 것이 성당마당 한편에 심어진 율무나무였다. 성 할머니는 율무나무에서 떨어진 딱딱한 율무 씨앗으로 묵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팥알만 한 율무 씨알을 송곳으로 구멍을 뚫고, 실로 꿰고, 율무 씨앗 사이 사이에 매듭을 지어 묵주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자녀와 함께 사는 성 할머니는 낮에는 살림하고 틈나는 대로 율무 묵주를 만들었다. 텔레비전 시청과 저녁잠을 줄여가며 묵주 만들기에 매달렸다. 재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집 옥상에 직접 율무 씨앗을 심어보기도 했다. 지금은 시골에 사는 동생이 보내주는 율무 씨앗으로 묵주를 만들고 있다. 5단 묵주를 하나 만들려면 꼬박 하루가 걸린다. 성 할머니는 "몸 생각하셔서 인제 그만 쉬시라"는 자녀의 걱정에도 묵주 만드는 손길을 멈추지 않는다.

 성 할머니 정성이 들어간 묵주는 신자들에게 인기다. 두꺼운 실을 몇 번을 꼬아 만들어 잘 끊어지지 않는다. 묵주기도를 많이 할수록 율무 씨앗에 손때가 많이 묻어 갈색과 회색, 검은색이 어우러진 고운 색이 나온다. 씨앗이다 보니 기도를 게을리하면 썩는 것이 유일한 흠(?)이다. 묵주가 신앙의 척도가 되는 셈이다.

 지금까지 할머니가 만든 묵주는 수백 개에 이른다. 묵주는 지인들에게 나눠주거나 본당이나 자선병원 바자 물품으로 내놓는다. 할머니만이 할 수 있는 봉헌이다. 나이가 들어 율무 씨앗에 실 꿰기도 쉽지 않다고 웃는 성 할머니에게는 작은 바람이 있다.

 "하느님이 부르시는 날까지 묵주를 만들고 또 수선해줘야죠. 건강이 허락되는 날까지 계속 묵주를 만들고 싶어요."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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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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