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홍대텃밭 다리` 프로젝트에 참가한 도시 농부들이 가톨릭청년회관 옥상 텃밭을 가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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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 `다리`(관장 유환민 신부) 옥상과 3층은 요즘 온통 녹색이다. 다리와 여성환경연대가 함께 시작한 `홍대텃밭 다리` 프로젝트 덕분이다.
프로젝트는 도심속 남는 공간을 텃밭으로 일구는 작업으로, 지난해 봄 10개 팀을 모집해 첫 농사(?)를 시작했다.
회관이 있는 홍대 앞은 젊은이와 예술가의 거리로 유명한 만큼 참가자들 직업도 다채로웠다. 사진작가, 유기농 카페 주인, 연극 배우, 잡지 출판인 등 난생처음 농사를 짓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여성환경연대 활동가 박정자씨와 농과대학을 졸업한 김태균씨가 `텃밭 멘토`로 참여해 이들의 농사를 도왔다.
팀별로 배정된 공간은 채 1평(3.3㎡)이 안 되지만, 이들은 자신들 의 개성을 담아 텃밭을 가꿨다. 욕심을 앞세우다 시행착오를 겪는 이도 있었다. 옥상 농사는 노지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것보다 까다롭다. 박씨는 "어떤 팀은 겉모양만 보고 화분을 골랐다가 물이 빠지지 않아 애를 먹었고, 얕은 흙에 굵은 열매 작물을 심었다가 열매가 부실하게 열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손이 많이 간 만큼 애정은 커졌다. 참가자들은 틈틈이 텃밭을 찾아 들여다보며 정성 들여 가꿨다. 좁은 옥상에서 자주 마주치다 보니, 텃밭은 곧 친구를 사귀는 마당이 됐다. 지난해 가을에는 무와 배추, 쪽파 등을 수확해 김장을 담그고, 각종 채소로 음식을 만들어 잔치를 열기도 했다.
텃밭 다리는 참가자들에게 농사에 재미를 붙이는 계기가 됐다.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사진작가 김두하(34)씨는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고 싶어 스튜디오를 경기도 광주로 옮겼다. 최근 스튜디오 앞뜰에 딸기와 앵두나무, 복숭아 나무를 심었다.
올해 텃밭 다리는 이미 만원이다. 수용 가능한 인원은 40명 안팎이지만, 12일 청년회관에서 열린 설명회에 60개 팀이 참가신청서를 냈다. 맞은편 고층 건물에서 우연히 다리의 푸른 옥상을 보고 무작정 찾아온 이도 있다.
다리 관장 유환민 신부는 "공간은 누가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하기에, 회관에서 생명을 키우는 일이 더욱 의미 있다"며 "또 지역 주민에게 회관을 공개함으로써 가톨릭에 대해 친근감을 갖게 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김은아 기자 euna@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