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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윤·국혜원씨 가족이 모여 저녁기도를 바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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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윤(사비노, 55, 서울 가양동본당)ㆍ국혜원(실비아, 53)씨 부부 집에서는 저녁마다 가족이 함께 바치는 기도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직장에 다니는 딸 은비(클라우디아, 28)씨와 복학생인 아들 대웅(미카엘, 26)씨가 돌아오면 가족은 촛불을 켜고 향을 피운 후 함께 저녁기도를 바친다. 하루 일과를 마치며 가족이 함께 바치는 저녁기도는 박씨 가족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시간이다.
저녁기도만이 아니다. 아침에도 가능한 한 함께 아침기도를 바친다. 자영업을 하는 아버지와 달리 직장생활을 하는 딸과 학교에 가야 하는 아들은 아침에는 함께 기도를 바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도 박씨 부부는 아침에도 꼭 촛불을 켜고 향을 피운다. 바쁜 자녀들이 화살기도라도 바치도록 하자는 뜻에서다.
"아이들 신앙이 뿌리를 내리도록 하는 것이 부모 역할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아이들에게 바로 유아세례를 받게 했고 어려서부터 가족기도를 통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신앙을 키워가도록 노력했습니다."
자녀들과 기도를 함께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생활 속에서 아이들이 하느님을 체험할 수 있도록 정성을 쏟았다. 사춘기가 된 아들이 어느날 학교에서부터 화가 잔뜩 나 집에 돌아왔다. 이를 본 엄마 국씨는 말없이 아들을 안아줬다. 그리고 안수해주면서 이렇게 기도했다. "오늘도 주님이 함께 해주시기를." 아들은 안수하고 안아주던 엄마의 따뜻한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박씨 부부는 1991년에 ME 교육을 받았고, 이후 ME 주말과 약혼자 주말 부부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봉사를 하면서 부부가 체험한 신앙은 아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전달됐다.
"ME 봉사를 시작했을 때 가정형편이 여유롭지 못했지만 `주님의 뜻이구나` 하고 생각하며 순종했다"는 이들 부부는 그러나 "기도가 바탕이 돼 있지 않았다면 봉사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로 다투다가도 아침 저녁으로 함께 바치는 기도를 통해 자연스럽게 화해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두 부부는 "기도는 결심"이라고 강조했다.
자녀들이 성장한 지금도 부부는 자녀에게 늘 신앙의 기본을 강조한다. 주일 미사를 거르지 말 것, 일을 시작하기 전이나 마치고 난 후에는 꼭 기도할 것, 운전대를 잡기 전에도 기도할 것 등이다. 이런 영향을 받아선지 은비씨는 요즘 점심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성당을 찾아가 가정을 위해 묵주기도 5단을 바친다.
결혼 30주년이 되던 지난 3월, 아내는 남편에게 간절히 바라는 소망이 있었다. 자신을 위해 한 달간 매일 묵주기도 20단을 바쳐달라는 것이었다. 그 한 달 동안 남편이 정성을 다해 바친 묵주기도는 아내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선물이 됐다.
박씨 가정은 기도와 관련해서 자랑하고픈 게 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에는 무조건 가족이 함께 보내는 것이다. 그냥 함께 지내는 게 아니다. 각자 준비한 노트에 가족 구성원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 바라는 것, 그리고 자신의 한 해 계획 등을 적어 뒀다가 함께 읽는다. 그리고 서로 손잡고 기도를 바친 후 제야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면 함께 국수를 먹으며 새해를 맞는다.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이 정말 큰 은총"이라는 박씨 부부는 자녀에게 늘 이렇게 당부한다. "어떤 일을 하든 그리스도의 영광을 드러내고 그리스도인의 향기를 풍기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강성화 기자michaela25@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