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통 한지수의 작가 김의식씨가 서울 인사동 작업장에서 만든 친환경 한지 수의를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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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명품 전통 한지`로 만든 수의로 고인의 마지막 인생길을 배웅하는 사람이 있다. 시인 겸 의상작가 김의식(마리나, 73, 의정부교구 남양주 오남본당)씨다.
최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작업장에서 친환경 명품 전통 한지수의 작업에 들어간 김씨는 수의용 모자, 수의용 가슴가리개를 비롯한 수의용 팬티를 독창적으로 제작해 현재 특허 디자인을 확정한 상태다. 친환경 명품 전통 한지수의는 예부터 귀히 사용하던 한지로 만들어 재질과 촉감이 좋다. 그뿐 아니다. 김씨는 "삼베 수의에는 화학물질이 혼합돼 있는 것도 있다"며 화학물질이 섞인 삼베 수의는 매장 후에 잘 썩지 않고, 화장해도 완전히 연소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친환경 명품 전통 한지수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수의 자체가 곧 자연인 셈이다.
김씨가 친환경 명품 전통 한지수의 제작에 마지막 인생을 건 것은 한 원로시인에게서 자신과 부인용 한지수의를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마침 김씨는 서울시중부여성발전센터에서 친환경 명품 한지수의 기능사 과정을 수료한 직후였다.
경북 상주가 고향인 김씨는 어렸을 때부터 의상 설계와 재단으로 자기만의 독특한 작품을 만드는 창작활동을 즐겼다. 의상제작 재능을 살려 그는 1983~89년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의 성인 정신지체인 재활센터 `비둘기교실` 설립을 주도했다. 그곳에서 김씨는 지체장애인들의 바느질(재봉틀 작업) 교사로서 사제복을 비롯해 수도자복, 복사옷, 미사보 등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줬다.
편리하고 독창적인 의상을 추구하지만 남들과 똑같은 옷은 절대로 만들지 않을 만큼 의상 작업을 하면서도 창작을 즐겨온 김씨는 몇년 전부터 무용가들을 위한 한지의상을 만들면서 친환경 명품 전통 한지의상에 눈을 떴다.
1990년 시문학계에 등단해 20여 년째 시 집필 활동도 하고 있는 그는 "사회에 도움을 주는 창작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시인과 의상작가가 똑같은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마지막 가실 때라도 깨끗하고 정갈한 옷을 입혀드린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큰 보람"이라는 김씨는 "제가 만든 수의를 입고 고인이 하늘나라 가시면서 흡족해 하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며 자신이 만든 수의 한 벌을 살포시 감쌌다.
강성화 기자 michaela25@@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