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코마나이 유로노인홈 대욕실. 휠체어를 탄 채 욕탕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중앙의 입구가 완만한 경사로 이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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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사목국 노인사목부(담당 홍근표 신부) 담당 사제들과 연구위원 12명은 최근 일본 홋카이도 민영 노인복지시설들을 둘러보고 왔다. 서울대교구의 노인복지 방향 설정과 계획 수립에 참고하기 위해서였다.
먼저 둘러본 곳은 삿포로시 실버인재센터. 35년 전에 설립된 이 센터는 `고령자의 지식과 경험을 살린다`는 목표로 제설ㆍ제초ㆍ청소 등의 일반작업 분야와 접수ㆍ필사 등 사무분야, 판매ㆍ수금ㆍ배포 등의 절충외교 분야, 주차장ㆍ학교ㆍ시설물관리 등의 관리분야, 강의ㆍ지도ㆍ경리 등의 기술 분야, 원예ㆍ토목 등의 기능 분야로 나눠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60세 이상의 퇴직 노인들이 일자리를 원할 경우, 연회비 1600엔을 내고 등록하면 일거리를 소개받을 수 있다. 1인당 월수입은 평균 3만 엔이며, 수입의 10는 센터에 수수료로 낸다. 지난해의 경우 3834명이 등록해 3011명이 일거리를 얻었는데, 남자가 여자에 비해 3배 이상 많다. 등록자의 평균연령은 70.3세인데, 65~69세가 34.8이고, 70~74세가 32.9를 차지했다.
이같은 센터가 일본 전역에 1343개소가 있으며 홋카이도에는 179개소, 삿포로에만 43개소가 있다고 한다. 홋카이도는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14이며 삿포로시는 191만 명의 시민 중 58만 명이 60세 이상이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이런 시설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곳에서 일하는 노인들은 월수입도 적지만 노인 인구에 비해 등록인원이 너무 적다. 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노인들이 자아실현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이기 때문이다. 월급으로 생활해야 하는 노인들은 취업할 곳이 많아 이곳에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어 간호사가 24시간 상근하는 민영 `유료노인홈` 두 곳을 방문했다. 설립한 지 1년 된 호쿠다이마에(北大前) 시설의 경우 입주자 98명의 평균 연령이 80세다. 중증환자나 치매환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환자 5명당 관리자가 2명 있으며, 야간에도 간호사 3명이 근무한다. 입주자가 매월 경비의 10만 부담하는 국공영시설과 달리, 이곳에서는 650만 엔을 일시불로 내고 개인에 따라 매달 약 14-24만 엔을 더 지불한다. 매월 실제 경비가 30만 엔 이상 드는데 차액은 보증금에서 빼 쓰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 설립한 지 7년 된 마코마나이(眞駒內) 시설의 경우는 좀 더 비싼 편이다. 입주할 때 보증금 945만 엔과 매월 약 19만 엔을 지불하는데, 5년 후에 보증금이 소멸되는 방식이다. 앞으로 입주자가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므로 비용은 점차 저렴해지리라 예상하고 있다.
침실은 4인 1실인 국공영 시설과 달리 1인 1실이다. 침대, TV, 냉장고, 탁자, 의자, 옷장, 화장실이 있으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욕실은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그 외에 식당, 기능훈련실, 취미오락실, 이미용실, 마사지실, 세탁실, 흡연실 등이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욕실이다. 공동으로 목욕하는 대욕실은 휠체어를 탄 채 욕탕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중앙의 입구가 완만한 경사로 이뤄져 있다. 중증환자가 개별로 목욕하는 기계욕실은 휠체어를 탄 상태로 목욕할 수 있게 돼 있고, 전신 불구의 노인이 목욕할 수 있는 욕조도 있다. 또한 모든 방바닥을 푹신하게 만들어 노인이 쓰러지더라도 부상을 최소화할 수 있게 신경쓰고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도 손잡이뿐만 아니라 안쪽에 긴 의자가 놓여 있다. 노인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배어난다.
「사회복지학사전」(2009)에 따르면 일본에는 이런 유료 노인홈이 90개소(6813명)에 지나지 않는 반면, 노인복지법에 규정된 양호노인홈이 946개소(6만 9963명), 특별양호노인홈이 1311개소(9만 8903명), 경비노인홈 A가 208개소(1만 2871명), 경비노인 홈 B가 38개소(1810명)가 있다고 한다. 노인복지가 개인의 육체적 상태와 경제적 사정에 따라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서울대교구를 비롯한 한국천주교회는 교구별로, 본당별로, 수도회별로 노인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거나 운영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세금으로 국가나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노인복지시설, 또는 영리를 목적으로 민간이 운영하는 노인복지시설과 어떠한 차별성과 변별성을 두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교회 이름을 내세운 노인복지의 중심에 예수 그리스도가 자리 잡고 있는지, 교회 이름으로 운영되는 노인복지시설이 노인들의 쇠약한 육체뿐만 아니라 지친 영혼의 안식처이자 치유처가 되고 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영성이 깃든 노인복지를 실현할 수 있을 때 여타 복지시설들과의 차별성과 변별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나아가 교회의 정체성도 확립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톨릭대 교수, 서울대교구 사목국 노인사목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