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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의 고통, 하느님께 모두 맡기세요"

아일랜드 ''라헬의 포도원'' 총책임자 베르나데트 굴딩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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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태 경험자로서 낙태로 고통받는 여성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베르나데트 굴딩 여사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지혜 기자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제 아이는 살아 있었을 겁니다. 제가 한 아이를 낙태시킴으로써, 이후 이어질 수 있는 수많은 세대가 종결됐습니다."

 15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별관 강의실.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소장 정재우 신부)가 마련한 특별세미나에서 아일랜드 `라헬의 포도원` 프로그램(낙태를 위한 치유 피정) 총책임자인 베르나데트 굴딩 여사는 "낙태한 여성에게 오는 첫 번째 반응은 고통과 슬픔, 죄책감과 수치감"이라며 "이것들을 상자에 넣어 잘 정리하는 게 중요하지만 수많은 낙태 여성들은 이것을 정리하는 고통에 압도당해 스스로 고통받아야 한다고 믿고, 자신에게 벌주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찾는다"면서 입을 열었다.

 10년 동안 아일랜드에서 낙태로 고통받는 여성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함께 울어준 굴딩 여사는 19세 때 원치 않는 임신으로 낙태했다. 굴딩 여사는 "저는 낙태를 합법화시켰고, 낙태하고 나니 문제가 없어졌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안도감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악몽이 시작됐습니다. 우울증, 자살충동, 공황발작 등을 일으켰고 제 손아귀 밖으로 아기가 떨어지는 악몽을 꾸었습니다. 아기 울음소리를 들어야 할 것 같아 울음소리를 내는 인형도 샀습니다. 제가 잃은 것은 세포 덩어리가 아닌 자녀였습니다."

 굴딩 여사는 "아무도 내게 낙태의 위험을 알려주지 않았고, 다른 해결책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은 것에 분노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굴딩 여사는 낙태하고 몇 년 후, 결혼할 남자를 만나 모든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는 남편의 따뜻한 지지와 격려로 결혼생활을 시작했지만 그는 자녀와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내가 지은 죄 때문에 아이들이 고통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끊임없이 하느님과 거래했어요. 나의 죄 때문에 우리 아이들에게 벌주지 마시라고. 둘째가 한 살이 됐을 때 아파서 하늘나라로 떠나보냈고, 저는 이 죄를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낙태 때문에 주어진 고난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굴딩 여사는 20년 동안 감춰왔던 비밀을 친한 친구 수녀에게 털어놨다. 친구의 표정을 보고 싶지 않아, 눈을 감고 이야기했다. 그가 눈을 뜨자 친구는 울고 있었다. 친구는 "고통을 낭비하지 말고, 그 고통을 하느님께 드려 선한 일에 사용하라"고 말해줬다. 굴딩 여사는 친구 권유대로 고해성사를 했고, 낙태한 아이 이름을 `가브리엘`이라고 지었다.

 기도 중에 "예수님을 만나 옷자락을 만지는 체험을 하면서 예수님께 죄책감과 슬픔을 드렸습니다. 용서받을 수 없는 죄라고 생각했는데 예수님은 내 죄를 눈처럼 희게 하셨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라헬의 포도원`을 알게 된 그는 2003년 아일랜드에서 낙태로 고통받는 여성들을 위해 라헬의 포도원 피정을 시작했다. 피정을 통해 여성들은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슬픔을 서로 공개하고, 죄책감과 수치감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됐다. 이때 함께한 이들의 위안과 정신적 지지가 큰 힘이 됐다. 여성들은 자신이 낙태한 아이의 심장이 뛰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낙태를 낙태 그 자체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낙태에 대한 고통이 치유되지 않고 회복되지 않으면 결혼생활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한 굴딩 여사는 자신의 삶이 낙태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11일 한국에 온 굴딩 여사는 주한미군을 대상으로 치유 피정을 열고, 19일 인천교구 답동성당에서 강연을 한 후 아일랜드로 돌아갔다.



 ▨ 라헬의 포도원(Rachel`s Vinyard)이란?  

 낙태로 고통받는 여성들을 위한 치유 피정이다. 1986년 미국의 가톨릭 심리치료사인 데레사 버크 박사가 낙태 경험이 있는 여성들이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치유 피정을 시작했다. 피정은 `간음한 여인`(요한 8,10-11)에 대한 성경을 읽는 것으로 시작해 서로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아기 이름을 지어주고 추모미사도 봉헌한다. 현재 미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레바논 등 20여 개국에서 라헬의 포도원 피정을 실시하고 있다.

   라헬의 포도원은 자식을 잃고 울부짖는 구약성경의 여인 `라헬`(예레 31,15)에서 이름을 따왔다. 한국에서는 1년 4차례 라헬의 포도원 주말 피정이 비공개로 열리고 있다. 11월에는 8~10일 열린다. 문의 및 신청 : seek2020@hanmail.net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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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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