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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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제비뽑기로 예수님의 사도가 된 마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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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초등학교 하굣길에는 번데기를 파는 아저씨가 있었다. 아이들이 돈 10원을 내면 아저씨는 밑의 동그란 판을 돌리고 돈을 낸 아이는 위에 새의 깃털이 달린 작은 화살촉 같은 것을 젖 먹던 힘까지 쏟아내어 판 위로 내리꽂았다. “꽝!” 주변의 아이들도 숨을 죽인 채 결과를 바라보다 자기 일처럼 탄식했다. 


지금 생각해도 거의가 ‘꽝’이었고 본전 10원을 맞춘 아이들도 몇 명 되지 않았다. 돌림판을 보면 100원, 50원, 30원, 10원, 꽝 자리가 분명하게 비슷한 비율로 나뉘어져 있는데 비싼 가격에는 왜 잘 안 맞았는지 지금도 궁금하다. 나는 학교에 다니면서 제비뽑기나 보물찾기에 성공(?)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우리는 살면서 제비뽑기하는 경우가 많다. 제비뽑기는 운에 맡기는 놀이이자 승부를 쉽게 내고 싶을 때 쓰는 놀이다. 제비는 종이에 글을 적은 뒤 섞어서 순서를 정해 뽑는다. 중요 스포츠 경기인 월드컵에서도 대진표를 짤 때 제비뽑기한다. 이때 뽑기에 따라 축구 강국이 즐비해 예선 통과가 어려운 죽음의 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군대를 제비뽑기로 가는 나라도 있다.


성경에서도 제비뽑기가 많이 등장하는데 ‘하느님의 뜻’이라는 방식으로 구약과 신약에 자주 언급된다. 모세는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제비를 뽑아 각 지파에게 땅을 나누라고 명령하였다.(민수 34,13 참조) 사울은 제비뽑기로 왕이 됐다.(1사무 10,17-24 참조)


제비뽑기로 열두 사도에 들어간 사람도 있다. 마티아는 유다 이스카리옷의 배반과 죽음으로 비어 있는 자리를 채우기 위해 사도로 선출됐다. 사도들은 예수님의 공생활과 죽음, 부활 그리고 승천까지 줄곧 동행했던 이들 가운데서 부활의 증인이 될 사람을 뽑고자 했다. 그래서 후보자로 바르사빠스라고도 하고 유스투스라는 별명도 지닌 요셉과 마티아 두 사람을 앞에 세우고 기도한 다음, 제비를 뽑게 하여 마티아를 사도단의 일원으로 받아들였다.(사도 1,15-26 참조) 마티아는 ‘하느님의 선물’이란 뜻을 지닌, 당시 그리스 문화권에서는 흔한 이름이었다.


마티아는 사도단의 일원이 된 후 신약성경에 더 이상 언급이 없다. 교회 전승에 따르면, 그는 사도가 된 후 오랫동안 유다 지방과 이방인 지역을 거쳐 에티오피아의 내륙까지 복음을 전하다가 십자가에 못 박혀 순교했다. 또 다른 전승에는 북쪽으로 흑해 연안 오늘날의 조지아 일대에 가서 복음을 선포하다가 십자가형을 받고 순교했다고도 한다.


마티아의 유해는 나중에 헬레나 성인이 예루살렘에서 발굴하여 로마의 성모대성당으로 옮겨 안장하였다. 그 후 콘스탄티누스 대제(306~337년 재위)에 의해 유해 일부가 독일의 가장 오래된 도시 트리어로 옮겨졌다. 마티아는 오늘날까지도 트리어의 수호성인으로서 큰 공경을 받고 있다. 그는 기술자, 목수와 재단사의 수호성인이기도 하다. 마티아는 예수님이 아닌 사도단에 의해 뽑힌 유일한 사도이다.



글 _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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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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