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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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복음] 사랑에 앞서는 덕행의 바탕인 ‘겸손’

연중 제 22주일 (루카 14,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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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올로 베로네세 작 ‘시몬 바리사이의 집에서의 만찬’, 1563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윗자리 곧 권력과 명예를 추구하는 것을 경계하시며,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라고 참된 겸손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흔히들 겸손이란 남을 높이고 자신을 낮추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자신을 비굴하게 낮추고 그것을 남이 알아주기를 바란다면 겸손이라 할 수 없습니다. 나중에 높은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마음으로 낮은 자리를 자처하는 행위도 겸손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겸손이 아니라 위선입니다. 또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손님에게 공손하게 대하는 것을 보고 겸손을 갖춘 완덕의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단지 직업 정신이 투철한 친절한 사람일 뿐입니다. 이렇듯 겸손은 자신을 낮추는 모든 행위를 무조건 가리키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진정한 겸손은 어떠한 모습일까요? 진정한 겸손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처세의 기술이 아니라, 이해관계 없이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참으로 겸손하려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친구나 형제나 친척이나 부유한 이웃을 초대하는 것이 아니라, 보답할 수 없는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다리 저는 이들, 눈먼 이들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초대해야 한다고 하십니다.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 중에는 무척 힘들게 느껴지는 이들이 있습니다. 너무 잘난 체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자기 주관이 너무 강해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과의 만남은 피하고 싶습니다. 반면에 만나면 마음이 평온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기주장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사람입니다. 긍정적인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은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대화합니다. 겸손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묘한 것은 그런 사람에게는 부탁하지 않은 일도 도와주고 싶고 정이 간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겸손한 사람은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현실을 순수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공동체를 기쁘고 아름답게 가꿉니다. 겸손한 사람은 나보다는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고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더 좋게 되기를 원하기 때문에 공동체를 행복하게 합니다.

저 역시 그러한 겸손의 덕을 갖추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겸손은 개인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의 관계를 통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인간의 여러 언어를 말하고 천사의 말까지 한다 하더라도, 하느님의 언어를 받아 전할 수 있더라도, 온갖 신비를 환히 꿰뚫어 보고, 모든 지식을 가졌다 하더라도, 산을 옮길 만한 완전한 믿음을 가졌다 하더라도’ 사랑이 있어야 하고 그 바탕에는 겸손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때, 우리의 말은 울리는 징이나 요란한 꽹과리와 다름이 없습니다.

묵상하다 깨닫게 된 것 중 하나가 아무리 큰 사랑으로 위대한 업적을 이루었다 하더라도, 겸손을 거스르는 교만이 그 안에 있다면 사랑의 공로는 하나도 남지 않고 모두 사라져 버리고 만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겸손을 거스르는 교만은 아주 작은 바늘구멍만 한 틈 사이로도 들어와서 모든 덕행을 그르치고 흐트러뜨릴 만큼 악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애덕)의 실천이 중요하지만, 이보다 먼저 갖춰야 하는 중요한 덕행은 겸손입니다. 성직자가 먼저 겸손해야 합니다. 수도자가 겸손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이 겸손해야 합니다. 그럴 때 세상은 어려운 이웃들이 먼저 행복해지고, 사랑으로 물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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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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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사탕2025.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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