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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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뜨는 순간 성찰·기도는 뇌에게 주는 가장 건강한 첫 식사

[김용은 수녀의 오늘도, 안녕하세요?] 127. 하루의 첫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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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눈을 뜨자마자 습관적으로 휴대전화를 찾는다. 뉴스와 정보·메시지를 확인하는 순간 복잡한 생각의 미로로 빨려들어간다. 위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연관 없음. 출처=이미지투데이

아침 공복에 ‘무엇을 먼저 먹느냐’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채소나 단백질을 먼저 섭취한 뒤, 탄수화물이나 커피를 권한다. 밤새 비워진 위에 좋은 것을 먼저 넣어야 몸이 활기를 얻듯, 아침의 뇌도 마찬가지다. 잠자는 동안 쌓였던 생각이 정리되고 깨끗이 비워진 상태이기에, 어떤 생각을 먼저 채워 넣느냐가 하루의 방향을 결정한다. 특히 아침은 뇌세포가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시간이다. 집중력이 높고, 신경을 이완시키는 알파파와 기분을 좋게 하는 호르몬이 활발히 분비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눈을 뜨자마자 무엇을 가장 먼저 하고 있을까? 조사에 따르면 현대인의 80 이상이 침대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스마트폰을 확인한다. 무심코 화면을 터치하는 순간, 하루의 주도권은 이미 남에게 넘어가 버린다.

뇌과학자들은 잠든 동안 뇌가 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바쁘게 일한다고 말한다. 하루 종일 쌓인 정보를 분류하고, 불필요한 기억은 지우며, 중요한 것은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는 ‘정리 작업’을 밤새 이어간다. 그래서 새벽의 뇌는 마치 깨끗이 비워진 도화지와 같다.

“메시지 하나 확인하는 게 뭐 그리 대수일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뇌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메시지를 여는 순간, 발신자와 얽힌 기억들과 처리해야 할 일들이 도미노처럼 밀려온다. 날씨를 확인하려던 단순한 의도가 순식간에 복잡한 생각의 연쇄로 이어진다. 고요한 호수에 돌이 떨어지면 잔물결이 사방으로 번져 가듯, 아침의 가장 맑고 집중력 높은 시간을 소모하는 것은 결국 가장 소중한 자원을 낭비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아침의 뇌와 마음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 복잡한 명상법을 따로 배울 필요는 없다. 눈을 뜬 뒤 스마트폰 대신 단 5분만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수도자들은 매일 새벽 묵상으로 말씀을 마음에 새긴다. 허리를 곧게 세우고 호흡을 고르며 생각을 가라앉히고, 침묵 속에서 지금 여기 함께하시는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한다. 그리고 성경 말씀을 천천히 읽는다. 내 마음에 유난히 깊이 다가온 말씀은 이것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마태 12,7)

집중이 잘되지 않는다면 한 단어만 붙잡아도 좋다. 숨을 들이마시며 ‘자비’, 내쉬며 ‘자비’라고 마음속으로 읊조린다. 그렇게 하다 보면 말씀은 단순한 글자가 아니라 내 삶을 움직이는 힘이 되고,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자비롭게 실천할 길을 비춰 준다.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반복하는 생각은 실제로 신경회로를 만든다. 사랑·감사·온유 같은 긍정적 단어를 자주 되뇌면 그에 해당하는 회로가 강화되어 실제로 더 사랑스럽고 온화한 사람이 된다. 반대로 분노·불안·질투 같은 부정적 생각에 머무르면 그런 감정이 쉽게 활성화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결국 아침에 어떤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하느냐는 단순히 그날의 기분 문제가 아니다. 장기적으로 “나는 어떤 사람이 되는가”를 결정하는 문제다. 스마트폰으로 하루를 여는 사람과 사색이나 묵상으로 시작하는 사람은 몇 년 후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눈을 뜨는 순간은 하루 중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내가 나 자신에게 무엇을 건네줄 수 있는지 선택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정보가 아니라, 내 내면에 귀 기울이는 시간. 남이 만든 콘텐츠의 물결에 휩쓸리기 전에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하루를 설계하는 시간이다.

“오늘 하루,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이 답은 매일 새벽, 눈을 뜨는 순간 내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단 5분의 선택이 새로운 나를 만든다.



<영성이 묻는 안부>

누군가가 밉게 느껴지면 애쓰지 않아도 ‘미움’이라는 단어에 마음이 붙잡히고, 원치 않아도 그 말이 자꾸 떠오릅니다. 반대로 사랑·온유·친절·소망 같은 긍정적인 단어들은 의식하지 않으면 쉽게 흘려버리게 되지요. 그래서 하루의 첫 시간에 긍정적인 단어 하나로 마음을 채우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외부 소식은 막 일어난 뇌에 수많은 정보를 쏟아붓고, 마음의 평정을 깨뜨리며 주의력을 흩뜨립니다. 반대로 기상 후 첫 시간을 고요히 성찰이나 기도로 시작하는 것은 뇌에게 주는 가장 건강한 첫 식사와도 같습니다.

성경 말씀이나 영적인 단어를 되뇌는 일은 영적 수련이자 뇌과학적으로도 입증된 ‘뇌 구조 훈련’입니다. 사랑·자비·인내 같은 거룩한 언어로 아침을 열면 하루가 훨씬 더 평화롭고 밝아집니다. 오늘부터 영혼의 첫 끼를 챙겨보시면 어떨까요? 말씀 한 구절, 아니 단어 하나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하느님과 마주하는 그 순간, 영혼의 허기가 채워지고 하루는 한층 더 빛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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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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