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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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파국 아닌 성장 동력으로 패러다임 전환해야

[박병준 신부의 철학상담] 35. 관계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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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에서 대부분의 갈등은 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의 생각을 자기 편의대로 이해하고 해석함으로써 발생한다. 관계는 대체로 서로에게 기쁨을 주는 동안에만 서로의 피난처가 되어주거나, 혹은 서로를 만족시켜 주는 동안에만 지속되며, 그것이 틀어지는 순간 쉽게 단절 혹은 변질된다. 이는 관계가 상대의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면 언제든 깨질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타인과 관계하며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끊임없이 의사결정과 협상을 요구하는 ‘긴장’과 ‘갈등’ 속에 놓이게 된다.

갈등을 유발하는 여러 요인 가운데 공통적인 감정은 ‘모욕’과 ‘모멸감’이다. 상대에게 모욕을 당했다는 생각과 함께 모멸감이 드는 순간, 두 사람 사이에 틈이 벌어지고 마침내 갈등이 시작된다. 더구나 이런 모욕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자주 반복됨으로써 더는 참을 수 없는 상태가 될 때, 갈등은 증폭되어 두 사람의 관계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대부분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는 갈등은 처음에는 미미하지만, 조금씩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긴장이 증폭되어 마침내 또 다른 갈등을 부르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비극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갈등은 사회 통합과 화해를 저해하는 요소로 이해되지만, 독일의 철학자 짐멜(Georg Simmel, 1858~1918)은 갈등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으로만 작용하지 않으며, 오히려 인간관계에서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현 사태를 타개하기 위한 변화의 동력이자 근본 조건이라고 주장한다. 갈등은 자기와 타자에 대해 계속 배워가야 할 삶의 토대로서 긴장을 해소하기 위한 불가결한 방편이자 화해와 통합을 성취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며, ‘사회화의 형식’이기 때문이다. 짐멜에 따르면 화해와 통합을 어렵게 하는 요소는 갈등이 아니라, 오히려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며, 이것이야말로 통합과 화합을 저해하는 더 심각한 부정적인 요소다.

갈등에 대한 짐멜의 이러한 긍정적 해석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살아가면서 겪는 무수한 갈등으로 인해 서로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다. 갈등 상황에 빠지면 우리는 대체로 눈앞의 문제 자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갈등 이면에 내재한 원인과 영향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당장 문제를 해결할 응급처치에만 몰두하고, 갈등으로 빚어진 불안과 고통을 줄이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는 것이 일반적인 태도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 국면을 타개하고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눈앞의 문제를 서둘러 해결하려는 조급함을 내려놓고 문제 너머를 바라볼 ‘용기’가 필요하다. 문제 너머를 바라본다는 것은 당면한 문제의 부분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문제 상황 전체를 바라보는 것이며, 문제의 구체적인 내용뿐만이 아니라 그 문제를 가져온 배경 및 그와 연결된 관계의 패턴 그리고 원인 등을 총체적으로 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갈등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꾸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패러다임이 바뀌면 질문이 바뀌고, 질문이 바뀌면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이 달라진다. 갈등에 대한 창조적인 해석으로의 전환은 갈등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해하며 재인식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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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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