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천상륙작전> 초반에 맥아더 장군이 한강의 남쪽 참호에서 얼굴에 피가 묻고 흙을 뒤집어쓴 앳된 소년병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귀관은 왜 다른 병사들처럼 후퇴하지 않고 참호를 지키고 있나?”
“군인은 상관의 명령이 없이 후퇴하지 않습니다. 철수 명령이 있을 때까지 죽어도 여기서 죽고 살아도 여기서 싸울 것입니다.”
“혹시 원하는 것이 있나?”
“충분한 실탄과 총이 필요합니다.”
이 장면은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어린 국군 병사의 용기와 패기에 감동한 맥아더는 마음속으로 지원군을 보내주겠다고 결심했다. 수많은 전장을 누빈 노장인 그는 전쟁에서 무기와 장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승패를 가르는 것은 전투의지라는 사실을 몸소 체험한 사람이었다.
사실 맥아더는 최전선 시찰 전까지 미군 개입에 부정적이었다. 서울이 함락되고 한강 방어선마저 무너지자 ‘열흘 안에 전쟁이 끝난다’는 비관론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소년병을 만난 뒤, 도쿄로 돌아간 그는 트루먼 대통령에게 미군 투입을 강력히 요청했고, 이는 즉시 실행되었다. 이날의 최전선 방문은 전쟁의 분수령이 되었으며, 당시 육군참모총장이던 정일권의 회고록에도 기록되어 있다.
열두 사도 중 한 명인 타대오는 본래 ‘유다 타대오’라는 이름을 가졌는데, 주님을 배반한 유다 이스카리옷과 이름이 비슷해 신자들이 세례명으로 잘 선택하지 않는 불이익(?)을 당하기도 했다. 타대오는 ‘마음’을 뜻하는 아람어 명사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마음이 크고 넓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최후의 만찬에서 그는 예수님에게 “주님, 저희에게는 주님 자신을 드러내시고 세상에는 드러내지 않으시겠다니 무슨 까닭입니까?”(요한 14,22)라고 물었다. 주님은 능력이 있으면서도 왜 세상을 다스리려 하지 않느냐는 불만 섞인 질문이었다. 도전적이었고 절규에 가득 찬 말이었다.
타대오는 시몬처럼 이스라엘을 짓밟은 로마에 맞서 무력으로 독립을 쟁취하려는 열혈당원이었다. 전승에 따르면 부활과 성령 강림 이후 타대오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온전히 깨달았고, 시몬과 함께 시리아와 메소포타미아, 페르시아 등 먼 지역을 두루 다니며 선교했다.
주님에 관해 설교한 뒤 열혈당원답게 화끈하고 기백 있게 신상(神像)을 파괴했다. 그러자 분노한 지역 사람들이 십자가에 매달아 창으로 여러 차례 찔렀고, 타대오는 그렇게 순교했다고 전해진다. 성화에서는 함께 순교한 시몬과 함께 우상을 파괴하는 모습으로 종종 표현된다.
극단적 열혈당원까지도 제자로 곁에 두신 것은 예수님의 넓은 포용력을 보여준다. 예수님은 구원의 기쁜 소식이 이스라엘뿐 아니라 온 인류에게 전해지길 바라셨다. 불굴의 정신을 가졌던 타대오 성인에게 전구하면 꼭 이뤄진다는 소문이 교회 내에 널리 퍼지며 타대오는 ‘절망에 빠진 이들의 수호자’로도 불린다. 우리도 절망에 빠질 때 타대오 성인을 통해 주님의 위로와 힘을 달라고 청해야 할 것이다.
글 _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