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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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복음] 십자가 없는 구원은 없습니다

성 십자가 현양 축일 (요한 3,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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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반니 바티스타 티에폴로 작 ‘성 십자가의 발견’, 1743년


오늘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과 인간을 죄악으로부터 구원하시기 위해 매달려 돌아가신 십자가를 우러러 경축하는 날입니다. 이 십자가를 현양하는 축일은 4세기경 예루살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335년 무렵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예수님의 무덤 위에 성당을 지어 봉헌하고, 그의 모친 헬레나 성녀가 예루살렘에서 발견한 것으로 전해지는 ‘성 십자가’를 무덤성당 안에 걸어 현양하여 경배하면서 오늘 축일이 시작되었다고 전해집니다.

나중에 페르시아의 침입으로 ‘성 십자가’는 약탈당하게 되는데, 629년 동로마제국의 황제 헤라클리오가 이를 다시 찾아와 본래의 자리에 안치한 것을 기념하는 의미도 추가되었습니다. 교황 세르지오1세(687-701)에 이르러 이 축일은 모든 교회가 기념하는 축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이어지는 다음날은 십자가 아래 가장 가까이에서 아들 예수님의 고통을 함께하신 성모님의 고통을 묵상하는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로 지냅니다.

오늘 요한복음 3장의 예수님과 니코데모와의 대화는 그리스도교의 ‘십자가 신학’을 잘 보여줍니다. 복음의 예수님 말씀을 이해하려면, 오늘 제1독서의 민수기 구리 뱀 이야기를 새겨야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를 탈출하여 광야에서 40년을 보냅니다. 그런데 그들은 배고픔과 목마름을 견디지 못하고 하느님을 원망하며 모세에게 불평을 늘어놓습니다.

“당신들은 어쩌자고 우리를 이집트에서 올라오게 하여, 이 광야에서 죽게 하시오? 양식도 없고 물도 없소. 이 보잘것없는 양식은 이제 진저리가 나오.” 여기서 보잘것없는 양식이란 ‘만나’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매일 아침 ‘만나’가 하늘에서 내려앉으면, 백성들은 집으로 가져가 ‘기적의 음식’을 먹었습니다. ‘만나’가 없었더라면 그들은 먹을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광야생활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입니다.

만나는 ‘눈과 입으로’ 체험하는 매일의 기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음식이 지겹다고 합니다. 기적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하느님께서 그들을 종살이에서 해방시켜 주시고 광야에서 날마다 돌보아 주셨음에도, 그들은 오히려 이집트 생활을 그리워합니다. 이러한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느님께서는 불 뱀을 보내시어 벌하셨습니다.

그제야 이스라엘 백성은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모세를 찾아가 하느님께서 살려주시기를 기도해달라고 간청합니다. 이에 모세는 하느님께 용서를 빌었고,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구리 뱀을 만들어 기둥에 매달라고 명령하십니다. 불 뱀에 물린 이들이 구리 뱀을 쳐다보면 낫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들어 올린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주님께서는 과거에 구리 뱀이 높이 들어 올려졌듯이 이제는 당신 자신이 십자가에 들어 올려질 것이라고 선언하십니다. 십자가는 죄인인 우리에게 구리 뱀의 역할을 합니다. 죄를 지은 우리가 그 죄의 독성으로 쓰러질 때, 십자가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다시 영혼의 생기를 얻어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세상에서 가장 버림받은 죄인의 모습으로 십자가에서 돌아가셨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해방이 왔고 구원이 왔습니다. 우리의 삶에서 십자가 없이는 구원도 없습니다. 미움이 생길 때, 십자가를 바라보고 사랑과 용서를 배워야 합니다. 슬프고 고통스러울 때, 십자가 안에서 위로와 용기를 찾아야 합니다. 죄를 지었을 때, 십자가를 통하여 하느님의 자비를 청해야 합니다. 욕심이 생길 때, 십자가를 지는 마음으로 끊어버려야 합니다. 십자가는 하느님 사랑의 증표요 인류 구원의 보증입니다. 이 십자가의 진리를 삶을 통해 증거하며 온 세상에 전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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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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