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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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안수를 받고 성령을 받은 사람들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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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한 선배 신부님의 소개로 명동 근처의 한 치과를 찾았다. 의사 선생님은 아주 성실한 분으로, 단골 어르신들을 부모님처럼 대하며 항상 환자에게 최선을 다했다. 시간이 흘러도 늘 한결같은 모습이 보기 좋았다. 사실 난 치과 공포증이 있어 치료도 계속 미루곤 했었다.


어느 날 잇몸 치료를 위해 의자에 누워 얼굴 가리개를 덮고 입 주변만 드러내고 있었다. 잠시 후 의사 선생님이 오시더니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


“신부님! 부탁이 있습니다. 지금 연세가 많은 어르신의 위험한 수술을 앞두고 있는데, 안수를 받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선생님은 내 쪽으로 머리를 숙였다. 나는 얼굴 가리개를 한 채로 누워 그의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를 했다. 


수술 부위 근처에 신경이 아주 가까이 있어 많이 걱정되었다고 했다. 수술이 무사히 끝난 뒤, 그는 밝은 얼굴로 “안수 덕분에 수술이 아주 잘되었다”고 웃었다.


안수는 손을 얹어 축복을 전하는 행위로, 성경에도 자주 등장한다. 사도들이 오순절에 성령을 받고 다른 이들에게 성령을 전할 때도 안수를 했다. 최근 사도행전을 읽다가, 예루살렘의 사도들이 사마리아 사람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고 세례까지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베드로와 요한을 보내 안수하는 장면이 새롭게 다가왔다.


“베드로와 요한은 내려가서 그들이 성령을 받도록 기도하였다. 그들이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을 뿐, 그들 가운데 아직 아무에게도 성령께서 내리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그때에 사도들이 그들에게 안수하자 그들이 성령을 받았다.”(사도 8,15-17) 필리포스에게 세례를 받은 신자들이 사도들의 안수 후 비로소 하느님의 성령을 받게 된 것이다.


현재 가톨릭교회의 여러 성사에서 안수가 행해진다. 이때 손을 얹어 기도하는 안수 동작은 악의 세력을 쫓고 공동체에 대한 봉사를 위한 축성과 거룩한 권능을 전수한다는 표지가 된다. 따라서 안수는 하느님의 성령이 교회가 선발한 이들에게 직무를 수행할 합당한 능력을 수여하는 것이다. 


우리 역시 세례성사와 견진성사 때 안수를 받았다. 그 안수는 교회 안에서 당시 사도들이 믿는 이에게 했던 안수와 똑같은 효력과 의미를 지닌다. 우리도 성령을 받아 악의 세력을 쫓아내고 몸과 마음이 병든 이를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기적과 치유를 쉽게 체험하지 못할까? 그 답은 성경 속에 있다.


“제자들이 따로 예수님께 다가와, ‘어찌하여 저희는 그 마귀를 쫓아내지 못하였습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너희의 믿음이 약한 탓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산더러 ‘여기서 저기로 옮겨 가라’ 하더라도 그대로 옮겨 갈 것이다. 너희가 못 할 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마태 17,19-20)


그렇다. 성령을 받았다고 만사가 다 저절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주님께 기도하며 믿음을 크게 하고 단단히 만들어야 한다. 그럴 때 주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성령의 은총이 열매를 맺을 수 있다.



글 _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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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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