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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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께서는 성부와 성자에게서 발하신다

[저는 믿나이다] (48) Filioque(필리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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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께서 성부와 성자에게서 발하신다”와 “성령께서 성부로부터 성자를 통하여 발하신다”는 신앙 고백은 성령의 발출에 관한 동·서방 교회의 교리적 차이가 아니라 표현의 차이로 교회는 받아들이고 있다. ‘성부와 성자에게서 발하시는 성령’, 프랑스 불봉 생 마르셀랭 성당 제단화 일부,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


이번 호에는 ‘Filioque’(필리오케, 그리고 성자에게서)에 관해 좀더 집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두 번째 보편 교회 공의회인 제1차 콘스탄티노폴리스 공의회(381년)는 성령의 완전한 신성을 인정하면서 “성령께서는 성부에게서 발하신다”고 선포합니다.

문제는 이 신앙 고백문을 해석하는 데 있어 지역 교회와 교부 간에 표현의 차이를 보였다는 것입니다. 주로 동방 교회 지역에서는 성령께서 ‘성자를 통하여’(per Filium) 성부에게서 발하신다고 이해했고, 서방 교회는 ‘성자에게서’(Filioque) 발하신다고 이해했습니다.

“성령의 발출 방식과 관련해서 서방이 동방과 다르게 생각하게 된 것은 오랜 사고 과정의 결과였다. 물론 서방에서도 신적인 원천은 오직 성부 한 분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5세기부터 7세기 사이에 사변적인 사고 과정을 거치면서 성자께서 성부에게서 태어나실 때 성부께서는 성자에게 모든 것을 전달하셨다(마태 11,27 참조)는 점이 강조되었고, 신적인 원천이 되는 것까지도 성자에게 전달하셨다는 견해가 형성되었다. 그래서 성부와 성자는 하나의 원천으로 간주되었다. 곧 성부께서는 본래부터 원천이시고, 성자께서는 성부로부터 전달을 받아서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이렇게 서방에서는 성령의 발출과 관련해서 성부와 성자를 전적으로 동등하게 생각하면서 성령께서 성부와 성자로부터 발하신다는 이해에 이르게 되었다. 마침내 이런 입장을 담은 ‘필리오케’란 표현이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에 삽입되었다.”(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올바른 성령 이해」 37쪽,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Filioque’에 관한 동·서방 교회의 논의를 좀더 깊이 들여다보겠습니다. “신경의 저자도 그것을 선포한 공의회 교부들도 성령이 ‘성부에게서만 발하신다’는 주장을 내세우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이미 그 당시에 그리스 교부들 사이에서는 성령께서 ‘성부에게서 성자를 통하여’ 발하신다는 신학적 정식과 또한 ‘성부와 성자에게서 발하신다’는 정식이 사용되었다. 물론 이때에 동방에서는 두 가지 정식 중에 마지막 정식이 첫 번째 정식보다 덜 사용되었다. 하지만 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의 저자로 추정되는 에피파니우스는 직접 이 정식을 심지어 여러 번 사용했었다. 마찬가지로 피렌체 공의회는, 이 두 가지 정식들이 다양한 어감 안에서도 똑같은 신학적 내용을 표현하고 있다고 증명하였다. 가톨릭 신자이거나 갈라진 이교 신자이거나 동방의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 성자와 관련된 ‘Filioque’라는 삽입구가 들어있는 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은 결코 알려지지 않은 채로 있게 된다.”(이냐시오 오르티츠 데 우리비나,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공의회」, 277쪽, 황치헌 신부 옮김, 수원가톨릭대학교출판부)

‘Filioque’는 아이러니하게 교회 일치를 가져다주지 않고 동·서방 교회를 갈라지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그 결과 1054년 그리스도교 신앙 공동체가 동방과 서방 교회로 완전히 갈라지는 ‘동서 대이교(大離敎)’의 비극을 낳았습니다.

하지만 교회는 이 비극을 치유하고 하나인 교회로 봉합하려 했습니다. 그 대표 사건이 1439년 2월부터 8월까지 개최된 피렌체 공의회입니다. 피렌체 공의회에서 서방 교회는 신앙 고백은 영구히 완결된 것이 결코 아니고 교의 발전 과정에서 역동적이고 역사적인 관점에 근거해 신경에 새로운 것을 첨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공의회는 신앙의 완전성과 통일성을 훼손하지 않고 신앙 고백을 새로이 정식화하고 첨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지요. 서방 교회 교부들의 이러한 주장에 반해 동방 교회 교부들은 ‘신경의 불가침성’을 고집했습니다.

마침내 피렌체 공의회에 참석한 동·서방 교회 교부들은 ‘성령의 발출’에 관해 일치된 의견을 도출해 에우제니오 4세 교황은 ‘그리스도인들과의 일치’ 교령을 1439년 7월 6일 반포합니다.

“성령께서는 영원으로부터 성부와 성자로부터 계시고 그 본질과 그 자립적 존재를 성부와 성자로부터 동시에 가지고 계시며, 하나의 근원과 유일한 발출을 통하여 마찬가지로 영원으로부터 성부와 성자에게서 발하신다. 더불어 우리는, 거룩한 학자들과 교부들이 말하는, 곧 성령께서는 성자를 통하여 성부에게서 발하신다는 진술을 다음과 같은 이해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선언한다. 곧 성부와 마찬가지로, 성자 또한 그리스인들에 따르면 성령의 자립적 존재의 원인이시고, 라틴인들에 따르면 근원이시다. 그리고 성부께서 당신의 외아들을 낳으시면서 성부임을 제외하고는 당신께 있는 모든 것을 그에게 주셨기 때문에, 성부에게서 영원으로부터 나신 성자께서는 몸소 이것을, 곧 성령께서 성자에게서 발하신다는 것을 영원으로부터 성부에게서 갖고 계신다. 나아가 우리는 저 낱말의 해석, 곧 ‘Filioque’가 진리를 명확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그리고 당시에 절박한 필요성에서 정당하고 합리적으로 신경에 첨가되었다고 결정한다.”(덴칭거, 「신경, 신앙과 도덕에 관한 규정·선언 편람」 385쪽,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교회는 “성령께서 성부와 성자에게서 발하신다”와 “성령께서 성부로부터 성자를 통하여 발하신다”는 신앙 고백을 성령의 발출에 관한 동·서방 교회의 교리적 차이가 아니라 표현의 차이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리길재 전문기자 teotokos@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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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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