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는 세 번째 보편 교회 공의회인 에페소 공의회에서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성모 마리아의 칭호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가 참하느님이시며 참인간이심을 믿을 교리로 선포했다. ‘하느님의 어머니’, 모자이크, 튀르키예 이스탄불 성 소피아 성당.
가톨릭교회의 정통 교리가 선포되어 모든 그리스도인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온전한 신앙 고백을 하기에 이르는 데에는 고대 교회의 두 신학파가 크게 공헌했습니다. 바로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와 시리아 안티오키아 학파입니다.
알렉산드리아 학파는 플라톤 철학의 영향을 받아 관념과 사변적 성향이 강해 성경과 교리 내용을 은유와 비유(우의-寓意)로 설명했습니다. 반면 안티오키아 학파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영향을 받아 성경과 교리 내용을 글자 그대로의 의미(자의-字意)로 해석했습니다.
이 두 학파를 중심으로 한 치열한 신학 논쟁 끝에 4세기 교회는 두 차례의 보편 교회 공의회를 통해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 대한 신앙 고백문인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을 선포했습니다.
5세기 들어 교회는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께서 참하느님이시며 참인간일 수 있는가?’라는 교의 문제에 집중합니다. 알렉산드리아 학파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 신성과 인성이 온전히 일치해 ‘하나의 본성’을 이루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안티오키아 학파는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은 구분되고, 의지적 결합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두 학파 간 대립은 마리아께 대한 ‘하느님의 어머니’(Θεοτοκοs, 테오토코스) 칭호를 둘러싼 논쟁으로 표출됐습니다.
안티오키아 출신으로 콘스탄티노폴리스 총대주교가 된 네스토리우스(381~451)는 성전이 하느님의 거처이듯 마리아는 하느님이 거하는 인간 예수를 낳았을 뿐이므로 ‘그리스도의 어머니’(Χριστοτοκος)라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알렉산드리아의 성 치릴로(380~444)는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는 요한 복음 1장 1절과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을 바탕으로 인간 예수가 바로 성자 그리스도이시기에 성모 마리아를 당연히 ‘하느님의 어머니’로 불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3세기 이후 200여 년 동안 별 문제 없이 성모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라 불러온 그리스도인들은 난리가 났습니다. 신자들은 네스토리우스 총대주교를 비롯한 안티오키아 학파 신학자들을 비난하고 반발했지요. 성 치릴로는 교황에게 네스토리우스가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정한다며 이단으로 고발합니다. 이에 성 첼레스티노 1세 교황은 430년 8월 네스토리우스를 이단으로 단죄하고 교회에서 추방합니다. 하지만 네스토리우스는 불복해 비잔티움(동로마 제국) 황제 테오도시우스 2세에게 공의회 소집을 요청합니다.
테오도시우스 2세 황제는 431년 6월 22일 에페소 성모 마리아 성당에서 공의회를 개최했습니다. 3명의 교황 사절을 비롯한 주교 198명이 참석했습니다. 공의회 교부들은 성모 마리아는 하느님의 어머니이시고, 말씀이 사람이 되신 그리스도는 온전한 하느님이자 영혼과 육신을 갖춘 온전한 인간이라는 치릴로의 주장이 니케아 신경에 부합한다고 인정하며 네스토리우스를 이단으로 단죄했습니다.
432년 성 첼레스티노 1세 교황 선종 후 즉위한 성 식스토 3세 교황은 알렉산드리아 학파와 안티오키아 학파 간의 대립을 종식하고 교회 일치를 도모하기 위해 화해를 주선합니다. 알렉산드리아와 안티오키아 교회 주교들은 교황 뜻에 따라 일치를 이루며 안티오키아의 요한이 433년 봄에 작성한 일치 정식 서한을 교황에게 보냅니다.
“(?)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느님의 외아들이시며, 완전한 하느님이시고 이성적 영혼과 육체를 지닌 완전한 인간이시며, (모든) 시대 이전에 신성에 따라 아버지에게서 나셨으며, 마지막 날에 우리 때문에, 우리 구원을 위해 인성에 따라 동정 마리아에게서 태어나셨고, 바로 이분께서 신성에 따라서는 성부와 본질이 같으시며, 인성에 따라서는 우리와 본질이 같으심을 고백합니다. 두 본성이 일치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 분이신 그리스도, 한 분이신 아들, 한 분이신 주님을 고백합니다.”(덴칭거, 「신경, 신앙과 도덕에 관한 규정·선언 편람」 100쪽,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요약하면, ‘마리아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낳으셨기에 그분의 어머니이시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며 하느님이시다. 그러므로 마리아는 하느님의 어머니이시다’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에페소 공의회는 성모 마리아께 대한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칭호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가 참하느님이시며 참인간이시다는 정통 교리를 확립하였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에페소 공의회를 다음과 같이 공적으로 평가합니다. “네스토리우스 이단은 그리스도 안에 하나의 인간적 위격이 하느님의 아들의 신적 위격과 결합되어 있는 것으로 보았다. 여기에 맞서 알렉산드리아의 성 치릴로와 431년 에페소 제3차 세계 공의회는 ‘말씀’은 영혼으로 생명력을 지니게 된 육신을 위격에 따라 자기 자신에게 일치시키심으로써 인간이 되셨다고 고백했다. 그리스도의 인성은 하느님 아들의 신적 위격 외에 다른 주체를 가지지 않는다. 이 제2 위격은 잉태 때부터 인성을 취하시어 당신의 것으로 삼으셨다. 그러므로 에페소 공의회는 431년 마리아가 하느님의 아들을 태중에 인간으로 잉태함으로써 참으로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었음을 선포했다. ‘말씀’이 마리아에게서 당신의 신성을 이끌어 내셨기 때문이 아니라, 이성적 영혼을 부여받은 거룩한 육체를 마리아에게서 얻으셨기 때문에 마리아는 하느님의 어머니이며, 하느님의 말씀이 그 위격에서 육체와 결합하였기에 사람의 몸으로 나셨다고 일컬어진다.”(「가톨릭교회 교리서」 4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