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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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과잉 시대, ‘적극적인 선택자’로 전환 중요

[박병준 신부의 철학상담] 42.정보 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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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시대’다. 컴퓨터의 진보로 상징되는 정보 시대로의 이행은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정보의 수집·전달 그리고 처리 등과 관련해 주어진 정보의 진위를 올바로 판단하는 독자의 해석과 그에 대한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요구된다.

정보를 듣고 활용하는 사람의 주관적 관점이나 가치관·판단 등이 정보의 신뢰성·정확성·공정성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면, 이 시대의 인간은 정보의 단순한 ‘수동적 수용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선택자’로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는 뜻이다. 요즘처럼 허위 정보가 엄청난 양으로 쏟아지는 시대에는 정보를 많이 아는 것보다 올바르게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매체에 의해 전달되는 수많은 정보는 의미의 중립적 전달자라기보다 그 자체가 인간 정신의 구체적 표현으로서 의미 분석의 핵심적 텍스트다. 실제로 오늘날 끊임없는 정보의 순환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전달 구조와 이해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구텐베르크 시대의 문자텍스트와는 달리 상호 텍스트성·다양성·탈중심·비선형 등의 특징을 가진 하이퍼텍스트(hypertext)는 마치 직물처럼 짜여 서로 뒤엉켜 있는 텍스트의 네트워크다. 이 공간에서는 독자가 수동적인 태도를 벗어나 읽은 바를 선택하고, 선별된 바를 조직해 관계 짓는다. 자료를 필터링하고 거기에 새로운 형태를 부여하고 위계화하는 작업은 고스란히 독자의 몫으로 남는다.

특히 포털사이트·SNS·유튜브·블로그·커뮤니티 등에 출현하는 하이퍼텍스트는 새로운 감각 균형을 낳고, 그에 따른 새로운 환경을 조성하는 만큼 무엇보다 이를 해석해 내는 능력은 현대 사회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 능력은 우선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신뢰할 수 있는 출처를 구분하며, 하나의 관점이 아닌 다양한 관점으로 검토함으로써 키워진다. 이에 더해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과 이념에 따른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기 위한 정보 윤리와 책임 의식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정보는 많지만 진정한 인간의 자기 성찰이 희박한 시대를 최초로 경고한 철학자는 키르케고르(1813~1855)다. 키르케고르가 살던 19세기 중엽 유럽은 신문 매체가 급격히 성장하는 시기였다. 그는 언론의 확산이 개인의 실존적 진정성을 파괴하고, 실체 없는 새로운 집단인 ‘공중(public)’을 등장시켰다고 비판한다. 그에 따르면 공중은 서로 얼굴을 모르는 익명적 다수이며, 다른 사람의 삶을 비판하거나 조롱하면서도 누구도 자기 말에 도덕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는 존재다.

‘공중은 아무도 아니지만, 또한 모든 것이다’라는 그의 경고는 인터넷 익명 댓글 문화, 알고리즘이 만든 왜곡된 공론장, SNS 확증편향에 노출된 우리 사회에 여전히 유효하다. 사실 키르케고르 자신이 당시 매체의 거짓된 정보와 조롱으로 고통받고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희생자였다. 그래서 그는 매체를 ‘악마’로까지 규정했다. 여론의 환영에 빠져 무책임하며 진정성을 잃은 매체는 인간 실존을 비인격화하고, 개인의 실존적 성찰을 마비하기 때문이다. 또 잘못된 매체는 대중을 선동해 자기와 다른 의견은 철저히 배제함으로써 개개인의 고유한 사고를 평준화하여 사람들이 올바로 판단할 수 없게 만든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무고한 인간을 너무 쉽게 파괴하고 상처를 준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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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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